알맹이 빠진 공모펀드 상장
2024.01.24 14:21
수정 : 2024.01.24 14: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수익률도 낮고 거래도 상장지수펀드(ETF) 대비 불편한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세제 혜택 등 화끈한 당근이 필요하다."
사실상 고사 상태에 빠진 공모펀드를 살리기 위해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공모펀드 상장과 관련, 벌써부터 업계에서 회의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대형증권사 최고경영자(CEO)마저 공모펀드 상장 추진에 대해 "본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개 저격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공모펀드가 이미 대세로 잡은 ETF 대비 가입과 판매가 복잡한 데다 판매 보수 역시 높아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을 유인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일반 공모펀드를 ETF처럼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간편하게 사고팔 수 있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연내 상장, 매매를 추진한 뒤 자본시장법 개정을 거쳐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 개선과 관련 "공모펀드의 상장 거래시 거래 편리성을 제고하고, 비용 절감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아직까지 싸늘하다. 무엇보다 ETF가 대세인 펀드시장에서 이미 대형 운용사들에게 한 차례 선수를 뺏긴 중소형 운용사의 한숨도 깊어가고 있다. 실제로 규모가 큰 대형 펀드들만 상장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자칫 대형운용사들의 잔치로만 양극화가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애초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유동성 공급자(LP)를 갖추기로 한 점도 판매사인 증권사가 이중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상충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국민 재태크' 수단인 펀드 활성화를 위한 공모펀드 직상장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결국 실효성 없이 추진 될 경우 투자자들의 외면과 업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정부의 세제 혜택 지원과 더불어 회원사들의 이익과 애로를 반영하는 금투협도 적극적인 회원사들의 의견 개진과 건의 사항 등을 받아들여 실효성 있는 공모펀드 직상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모펀드 1000조원 시대를 맞이해 재도약의 길목에 서 있는 펀드 시장에 모쪼록 이번 공모펀드 직상장이 '빛 좋은 개살구' 대신 재도약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