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대출 역할 민간에게로"...당국, 공 넘겼지만 銀 반응 '시큰둥'

      2024.01.26 05:29   수정 : 2024.01.26 06: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금융당국이 발표한 올해 정책모기지 공급 방안은 부동산 경기 회복보다 가계부채 증가세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이달 말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이 예정대로 중단되면 개편된 보금자리론이 이 자리를 채우게 된다. 적격대출이 담당하던 장기모기지 활성화 역할은 민간 금융회사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한정된 규모로 정책모기지를 공급하되 취약계층에 대해 내실 있게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정책모기지 혜택 대상이 좁혀진 만큼 나머지 계층을 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간에서 장기모기지를 적극 취급할 유인이 있을지 관심이다.
올해 상반기 중 이 같은 방침이 시행되는 만큼 은행권에서 동력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소득이 부부합산 7000만원 초과이거나 가격이 6억원을 초과한 주택을 가지고 있는 차주는 단번에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정책금융 절벽'에 놓이게 된다.

"대상 적지만 더 두텁게" 보금자리론 귀환

금융위원회가 25일 발표한 '특례보금자리론 종료 후 정책모기지 공급 및 민간 장기모기지 활성화 방안'은 크게 '보금자리론 재출시'와 '민간 장기모기지 취급 기반 마련'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는 원칙이 지켜지는 범위에서 정책모기지 공급을 관리하되 한정된 공급여력은 서민·실수요층에 집중되도록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는 시중금리가 아직 높지만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됐고 은행권 등을 중심으로 민간 가계대출 공급도 회복됐다는 판단 속에서다. 앞서 금리 급등세가 이어지고 민간 대출 공급이 위축되는 상황에 금융당국은 정책모기지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등을 합친 특례보금자리론을 1년간 한시적으로 공급했다. 당초 39조원 공급 목표였지만 지난 연말까지 43조원 규모의 수요가 몰리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번 개편돼 재출시되는 보금자리론은 특례보금자리론 이전 보금자리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부합산 7000만원 이하 소득자를 대상으로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공급한다. 금리가 낮아지는 상황을 고려해 금리는 특례보금자리론(4.5~4.8%) 대비 0.3%p 내린 4.2~4.5%(월별 조정) 수준으로 결정했다.

다만 신혼부부(8500만원 이하)·다자녀(8000만~1억원)·전세사기 피해자(제한 없음) 등 취약계층에 대해 소득요건을 완화한 게 특징이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는 주택 요건도 9억원 이하로 완화했다. 우대금리도 최대 1%p 수준으로 확대해 취약부문은 3%대 중반 금리로 제공받을 수 있다.

'장기모기지' 역할 떠안은 銀 "유인 글쎄..."

관건은 민간 금융회사가 장기모기지를 자체적으로 취급할 유인이 충분히 마련됐느냐다. 차주의 상환위험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이전부터 거론됐지만 은행이 금리 변동 리스크를 감내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장기모기지는 정책금융의 영역으로 그간 남아 있었다.

이를 해소할 방법으로 금융위는 은행 자체 장기모기지를 위한 주요한 장기 자금 조달 수단으로 꼽히는 커버드본드 발행 활성화를 위해 제도 개선 및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구체적으로 예대율 인정한도 및 인정 요건을 완화하고 커버드본드 등록 시스템도 개편한다는 것 등이다. 이와 함께 주금공 정책 여력도 △민간 커버드본드 등에 대한 주금공 신용보강 △'커버드본드 재유동화 기구' 출범 △스왑뱅크 기능 지원 등 민간 장기모기지 간접지원 등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은행권 반응은 시큰둥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장기모기지와 관련해 특별히 추진하고 있지 않다"며 "조금 더 봐야겠지만 커버드본드 발행을 정부가 보전하는 등 현재까지 나온 방안이 실효가 없다고 보인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유인책을 마련해준다고 하는데 특별한 내용은 없는 것 같다"며 "유관부서 실무단에서 논의되는 건 없다"고 말했다.

대출 취급 후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데 30~40년짜리 고정금리 장기 모기지론을 취급하기는 위험 부담이 앞선다는 설명이다.
차주 수요 측면에서도 금리 인상기 대출금리 인상 정도를 일부 보정해주는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실패했듯 그 2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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