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세력을 막기위해 범행" 망상 빠져 흉기 휘두른 이재명 피습범
2024.01.30 06:00
수정 : 2024.01.30 06:00기사원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습한 김모씨(67)를 수사한 부산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팀장 박상진 제1차장검사)은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29일 김씨를 살인미수죄 및 공직선거법위반죄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5년부터 가족과 떨어져, 연고가 없는 충남 아산시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극단적인 정치 성향에 빠져 들었다. 2019년부터는 근무하던 공인중개소 영업이 부진하고 주식 투자로 인한 손실이 생긴 가운데 사무실 임대료 등 빚이 쌓였다. 심근경색으로 건강은 악화되고 이혼하는 등 궁지에 몰렸다.
그런 와중에 이 대표에 대해 '종북 세력을 주도하는 정치인'이란 생각에 사로잡혀 적대감을 가졌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 주도로 종북세력이 의석수를 확보해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적화된다고 확신했다. 이 대표에 대한 형사 재판이 지연되자 '이 대표 살해만이 해결책'이란 생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지난해 4월 등산용 칼을 구입하며 이 대표 습격을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장기간 숫돌과 칼갈이에 갈아 날을 뾰족하게 만들고 손잡이 부분을 제거하기도 했다. 작년 9월부터는 사무실 인근 나무둥치의 사람 목 높이 정도 부분에 목도리를 고정해 칼로 찌르는 연습을 했다.
김씨는 민주당 홈페이지에서 이 대표 일정을 주기적으로 확인한 후 4차례 범행 시도를 했다. △작년 6월 부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반대 규탄대회 △같은해 7월 서울 중구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대회 △12월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현장간담회 △12월 서울 용산구 길 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에 칼을 소지하고 참석했으나 실패했다.
범행 전날 봉하마을에서도 범행 기회를 노렸으나 실패했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으로 부산 가덕도로 이동했다.
결국 김씨는 2일 부산 강서구 소재 대항전망대에서 이 대표의 왼쪽 목 부위를 길이 18㎝ 칼로 찔렀다. 이 대표는 길이 1.4㎝, 깊이 2~2.5㎝ 상처를 입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혈관재건술을 받았다.
검찰은 김씨의 범행을 두고 단독 범행이라 결론내렸다. 검찰은 "A씨의 친족 및 지인, 이동을 도운 운전자, 최근 통화자 등 114명을 조사하고, A씨와 가족들 명의의 계좌내역 10년치를 모두 확인한 결과"라며 A씨의 단독 범행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 A씨는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도 '범행을 시킨 사람은 없다'는 진술에 대해 '진실' 반응이 나왔다.
검찰은 경찰과 마찬가지로 A씨의 당적과 신상정보, 범행 동기 등을 작성한 문서(남기는 말)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남기는 말'에 대해 검찰은 "범행에 대한 주요 증거물이므로 재판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종북 세력 등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범행 이유 등을 기재한 메모"라고 요약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에 더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김씨가 이번 범행으로 오는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 했고, 폭력으로 선거 자유를 방해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범행은 정치활동을 위축시켜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모방범죄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어 특별수사팀이 직접 공소 유지를 전담해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