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지는 금리인하 시기, 트럼프는 연준 압박 나서
2024.02.04 13:29
수정 : 2024.02.04 14:17기사원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영국은행(BOE)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금리인하 시점이 미뤄지고 있다. 금리인상의 주요인이던 물가가 잡히고 있지만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앙은행들의 분석이다.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재선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교체하겠다며 연준의 정치적인 행보에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잇따르는 금리동결
3일(현지시간) BBC방송과 비즈니스인사이더(BI)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에 이어 영국 중앙은행인 BOE도 기존 5.25%의 금리를 동결했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지난 수개월동안 물가상승(인플레이션) 관련 좋은 소식이 있었다"면서 "물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물가가 통제가 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 또한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인하까지 아직 몇개월은 더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인플레이션 2%를 목표로 정한 BOE는 올여름에 물가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영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폴 데일스는 "앞으로 영국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수개월 내 BOE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6월 금리 인하가 여전히 가능하며 2025년 말이면 금리가 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도 미뤄지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전략가들은 연준이 지난 1일 끝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매파적'인 모습을 보인 것에 금리가 이르면 6월에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전략가들은 공개한 연구노트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동결과 동시에 3월 인하 시작은 없다고 강조한 것에 주목했다.
BofA는 비록 늦지만 올해 후반에 금리 인하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략가들은 연구노트에서 파월 의장의 발언에 놀랐으며 "1월 FOMC 회의 결과를 볼 때 6월에 금리 0.25%p 인하로 시작해 9월과 12월에도 각각 같은 폭만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견조한 미 고용시장
미 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용시장은 여전히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 노동부가 2일 공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35만3000명에 이르렀다. 지난해 12월의 21만6000명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시장 예상도 압도했다. CNBC에 따르면 다우존스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1월 신규고용이 12월 증가폭을 밑도는 18만5000명에 그친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실업률은 시장 예상치 3.8%를 밑돌았다. 12월과 같은 3.7%를 기록했다.
글래스도어 대니얼 자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1월 고용동향은 미 노동시장이 탄탄한 기반 위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이번 고용동향에서는 고용 증가세가 산업 전반에 골고루 퍼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는 미 노동시장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최후의 요인으로 남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탄탄한 흐름을 지속하고 그 여파로 임금 상승률 역시 지난해 11월 저점을 찍고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 이번에 확인됨에 따라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를 점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키프라이빗뱅크 조지 마테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오판하면 안된다"면서 "이번 고용지표는 엄청난 것으로 연준의 3월 금리인하를 효과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연준의 최근 정책 기조를 정당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아가 탄탄한 신규고용이 예상보다 가파른 임금인상과 결합됐다"면서 "이는 올해 금리인하가 더 늦어지고, 일부 시장 참가자들의 대응에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재선시 파월 교체"
이런 와중에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자신이 재선에 성공하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2일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파월이 그동안 '정치적'이었다면서 올해에도 '민주당을 돕기 위해'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둔화하고 있어 연준이 연내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3월 금리인하를 기대했지만 파월은 1월 31일 "3월 인하는 없다"고 못박았고, 이에따라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도 약화됐다. 5월로 늦춰졌던 전망이 이날은 미국의 탄탄한 1월 신규고용 여파로 6월로 연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는 폭스비즈니스에 "그(파월)가 뭔가를 하려 할 것"이라면서 "아마도 민주당에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2026년 임기가 만료되는 파월이 세번째 임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트럼프는 자신이 파월을 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임 시절 그를 내쫓지 못해 안달이었다. 2018년에는 밀월 관계를 유지하는 듯 했지만 자신의 재선을 앞두고는 파월이 금리를 지나치게 높게 유지한다며 비난했다. 실제 의장 교체 방안까지 알아봤지만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는 심지어 2019년 8월 소셜미디어에서 "단 한가지 문제는 (파월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 우리의 최대 적이 누구인가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임 기간 파월을 흔들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타격을 줬던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미 연준을 손아귀에 쥐고 흔들겠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