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국제정세속 제주평화연구원의 역할

      2024.02.06 09:30   수정 : 2024.02.06 09: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24년 새해에도 국제사회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안보위협에 직면해 있다. 작년 1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관계를 관리해 나가기로 하였지만, 반도체 대중수출 규제, 글로벌공급망 재편 등 치열한 패권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는 온 지구촌에 파급되고 있고,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최근 대만총통 선거 이후 양안 간 긴장상태는 서태평양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기후변화, 팬데믹, 테러, 사이버 해킹 등등 다양한 신흥안보 위협도 여전하다. 그래서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 명예회장은 작금의 국제정세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렇게 요동치는 국제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그간 우리 정부는 차근차근 전략적 포석을 깔아왔다고 생각된다. 먼저 2022년 12월에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하여 우리정부도 ‘규칙에 기반한 역내질서’ 수호 노력에 동참하기로 하였다. 북한의 대남위협에 대해서는 2023년 4월 한·미정상간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여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신뢰성과 가시성을 제고하였고, 2023년 8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Camp David 원칙·정신·공약'을 발표하여 3국이 역내외의 공동위협 대응에 공조하기로 하였다.
그간에 구축한 외교자산을 바탕으로 이제 우리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의, 한·중 정상회담 나아가 중견국 외교, 글로벌 사우스 외교, 기후변화, 개발원조 등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야 할 지점에 서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중추국가’(GPS)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2006년 설립된 제주평화연구원은 국제정세 변화와 우리정부의 외교적 대응에 발맞추어 국제평화와 다자협력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와 학술 활동을 펼쳐 왔다. 국내외 학자, 전문가를 초청한 세미나 개최는 물론 PeaceNet, JPI 정책포럼 등 발간을 통해 정책적 함의가 있는 평화담론을 생산·확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작년에는 한·중 협력, 한·중동 협력, 한·아세안 협력, 해양안보, 글로벌중추국가(GPS) 외교, 미국정치 등 국제정치의 주요 이슈를 협의하는 세미나를 통해 학자와 전문가 간 의견교환의 장을 마련하였다.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을 지향하는 제주평화연구원은 매년 대규모 국제포럼인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을 개최해 오고 있다. 작년 제18회 제주포럼에서는 '인·태지역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이라는 대주제를 놓고 65개국의 정계·관계·학계·시민 사회·기업의 인사, 지식인, 학생 등 4182명이 모여 역내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공동 번영을 확산시킬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작년 제주포럼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한국이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인·태지역으로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경제통상을 넘어, 안보, 전략, 글로벌 현안까지 협력범위를 확대하여 명실공히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다수의 현인과 석학들은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미·일 및 한·중·일 협력이 불가결하고, 기후변화, 펜데믹, 불평등 등 복합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연대가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오는 5월 29일에서 31일까지 개최되는 제19회 제주포럼에서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협력'을 대주제로 하여 열띤 논의가 있게 될 예정이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정치인, 관리, 학자, 전문가, 시민운동가, 학생 등이 참여할 것이고, 각국의 다양하고 때로 대립되는 관점과 의견들이 모여들어 평화와 협력의 담론으로 흘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5월 헨리 키신저는 “현재의 국제정세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리차드 하스 명예회장과 마찬가지 인식이다. 그런 만큼 2005년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에서 개최되는 제주포럼의 상징성은 결코 적지 않다.
1991년 한·소 정상회담 개최로 탈냉전의 흐름에 일조했던 제주가 금년에 화해·협력의 강력한 메시지 발신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리=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