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승계 무죄, 재벌 적대 수사 더는 없어야

      2024.02.05 19:11   수정 : 2024.02.05 19:11기사원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1심 재판부가 5일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는 게 판결 이유다.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들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 회장에 대한 검찰 구형량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이다.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위법하게 관여했다는 게 검찰의 기소 내용이다.
검찰은 '프로젝트-G'라는 문건에 따라 승계 계획을 세우고 이 회장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합병작업을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 주가를 고의로 낮추고 제일모직 주가를 높임으로써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 회장은 이득을 봤지만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도 봤다. 합병비율에 따라 약 4조원의 차액이 발생했다고 보고,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합병이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약탈적 불법승계 계획안이라고 주장한 '프로젝트-G' 문건에 대해서도 "효율적인 사업조정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업무"라고 판시했다.

우리는 1심이지만 법원 판단을 존중하면서 삼성그룹의 승계 과정에 대한 의혹이 모두 해소되었기를 바란다. 물론 앞으로 2심과 최종심 절차는 남아 있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도 연루돼 유죄로 이미 수감생활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면으로 이 사건에서는 자유로워졌지만, 경영승계 재판은 여전히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죄가 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고, 재벌개혁의 논리도 인정할 만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재벌과 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적대시는 도리어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단지 삼성과 같은 재벌이 현재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미친 영향과 과거의 공적 때문에 그런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를 위시한 삼성그룹은 반도체와 2차전지 등의 산업을 선도하면서 글로벌 경쟁의 격랑 속에 있다. 오너 리스크가 기업의 성장에 얼마나 큰 위기를 초래하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수년간의 검찰 수사와 100차례 넘는 재판 출석으로 경영활동에 큰 지장을 받아왔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사법절차는 끝나지도 않았다.

있는 죄를 봐주고 없는 것으로 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과거 좌파 정부에서 볼 수 있었던 재벌에 대한 과도한 적대감은 지양해야 한다. 이번 경영승계 관련 사건에 최종심이 무죄를 선고한다면 수사와 재판으로 국가경제에 끼친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겠는가. 결국은 검찰의 과잉수사를 나무라지 않을 수 없고, 검찰이 책임을 져야 한다.

재벌이나 대기업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켜 법에 어긋나는 경영행위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해외 주주들이 지켜보는 마당에 그럴 수도 없는 세상이다. 문제는 한국의 정치풍토다.
정권에 따라 대기업 적대시 정책은 사라졌다가 또 나타나곤 한다. 그런 일은 앞으로 반복돼선 안 된다.
기업의 발목만 잡는 게 아니라 한국 경제의 앞길을 우리 스스로 가로막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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