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돌려막는 다중채무자 '역대급'..."소비침체 우려"
2024.02.12 15:47
수정 : 2024.02.12 15:4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고물가 부담 속 고금리까지 이어지면서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수가 450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가계대출자 중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3%에 달해 수와 비중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중채무자 118만명은 소득의 70% 이상을 빚 갚는데 쓰고 있어, 한계차주가 증가가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게 제출받은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0만명으로 직전 분기 대비 2만명 가량 늘어났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차주를 뜻한다. A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으로 B금융기관에 이자를 갚는 경우도 상당해 고금리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1983만명 수준인 전체 가계대출자에서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2.7%를 기록했다. 수와 비중 모두 사상 최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물가 잡기에 나선 한은이 금리 인하시점을 늦추고 있는 가운데 더 이상 대출을 받기 어려운데다 추가 소득도 없는 한계 대출자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 1.5%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3·4분기(1.5%) 이후 4년만에 최고치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58.4%에 달해 소득의 약 60%를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지표들이 나오면서 다중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한계에 닿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출 한도와 고금리 등으로 추가 대출을 통한 돌려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저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DSR은 차주(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 대비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하는 지표다. 차주가 1년동안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금융업계에서는 통상 DSR이 70%를 넘기면 최소 생계비를 제외한 소득을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한계차주’로 분류한다. 상당수 다중채무자의 형편이 한계(70%)의 문턱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다중채무자의 26.2%(118만명)이 DSR이 70%를 넘었고, 14.2%(64만명)는 100%를 웃돌았다. 갚고 있는 원리금이 소득보다 많다는 것으로 배우자 등 가족이 빚을 함께 갚고 있는 것이다. 전체 가계대출자로 대상을 넓히면, DSR이 70%를 넘은 차주는 279만명(14.0%·70∼100% 117만명+100% 이상 162만명)에 이른다.
다중채무자 중 저소득 저신용 차주의 상환 부담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다중채무자를 '취약 차주'로 정의한다. 지난해 3·4분기 말 현재 이들은 전체 가계대출자 가운데 6.5%다. 취약차주의 비중은 직전 분기(6.4%)보다 0.1%포인트(p) 늘었다. 이는 2020년 3·4분기(6.5%)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3·4분기말 기준 취약차주의 평균 DSR은 63.6%이다. 이중 35.5%(46만명)의 DSR은 70%를 넘겼다. 이들의 대출은 전체 취약 차주 대출액의 65.8%(63조4천억원)를 차지했다.
단, 다중채무자의 전체 대출 잔액(568조1000억원)은 3개월사이 4조3000억원 줄었다. 1인당 평균 대출액(1억2625만원)도 160만원 줄어 소폭 감소세를 보였다.
한은은 지난해말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취약 차주,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취약 부문의 대출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면서 “차주의 DSR이 오르면서 소비 임계 수준을 상회하는 고DSR 차주가 늘어날 경우, 이는 차주의 소비성향 하락으로 이어져 장기에 걸쳐 가계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