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발의 규제입법 너무 많다… 규제영향평가 의무화해야"
2024.02.14 16:36
수정 : 2024.02.14 16: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경제 현실과 맞지 않고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는 무분별한 규제 입법을 막기 위해서는 의원발의 법안에 대한 사전적인 규제영향 분석과 심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규제개혁위원회, 국회입법조사처, 한국규제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국회 규제입법 현황과 입법절차 선진화 방안' 세미나 주제발표를 맡은 이민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규제입법 규모 전반에 대한 총량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의안에 대한 규제영향평가자료 등의 제출 등을 담은 국회법을 신설해 중요 규제 입법 시 규제영향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규제영향평가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단기간에 정착되기 어렵고 국회 입법권 침해 논란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사후적으로 행정부를 통해 규제영향평가제도를 실시하는 것도 차선책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규제의 재검토 시기를 규정하거나, 규제가 신설·강화되고 일정기간이 지난 이후 사후영향평가를 거치도록 해 규제의 타당성과 적정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관표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교수는 행정규제기본법상의 규제 신설의 원칙이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만큼 이를 구체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규제 법정주의의 역설’도 지적했다. 한국은 ‘규제는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규제법정주의 원칙 때문에 규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률안 발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의원들의 의정 평가를 발의 법안 수로 평가하는 관행까지 더해져 의원발의 규제가 남발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과 영국은 법률과 규제를 구분하고 있다. 법률에는 규제의 목적과 권한 위임사항 등 포괄적 내용만 담고 세부 규제는 하위법령에 두거나 따로 규제기관(부처)이 만든다.
강영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겸임교수가 좌장을 맡은 토론에서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현재 국회법상 상임위원회 의결로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를 생략할 수 있다”며 “공청회 생략에 대한 요건을 명문화해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공청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입법 관행을 쇄신해야 한다"고 했다.
이민창 조선대 행정복지학부 교수는 규제 때문에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총계 분석 없이 규제가 입법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입법을 위한 기초 절차로서 규제영향평가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의 규제 운용은 행정부 재량으로 넘어가는데, 이때 입법 취지가 달리 해석되거나 왜곡되는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복우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장은 국회의 입법 심사가 시행령 이하 단계까지 미치기 어려운 문제를 지적했다. 통상 세부 규제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하는데, 시행령·시행규칙에 담긴 규제의 범위나 대상은 국회 입법심사 단계에서 예측·파악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