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같이 못가'…삼성전자 '노노갈등' 가열

      2024.02.16 08:09   수정 : 2024.02.16 08: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는 사이 노노 간 불협화음도 커지고 있다. 사내 노조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자 최대 노조가 조합원 수가 두 번째로 많은 노조를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하기로 결정하면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최근 삼성전자사무직노조·삼성전자구미노조·삼성전자노조 동행 등 3개 노조 위원장에 노조 통합 추진위원회 구성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삼노는 지난해 9월 대표교섭권을 확보해 사측과 임금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전삼노가 연대를 넘어 통합 카드를 꺼낸 것은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또 임금 협상 방식, 조합원 수 부풀리기 가능성 등을 놓고 부딪힌 디바이스경험(DX)노조가 삼성 계열사 3곳과 뭉쳐 '초기업노조'를 띄우자, 이에 대응해 몸집을 키우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실제 전삼노는 DX노조에는 노조 통합 추진위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지 않았다. 전삼노 측은 '협력 불가' 사유로 DX노조 일부 지역지부장의 자격 문제를 내세웠다. 이송이 위원장을 포함한 DX노조 집행부 교체 없이는 손 잡기 어렵다는 게 전삼노 측의 입장이다.

DX노조는 지난해 1월 삼성전자 노조 중 5번째로 설립됐다. 모바일·가전·영상디스플레이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 젊은 직원들이 주축이다. 출범 1년여 만에 조합원 6000명 이상을 확보하며 세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이 위원장을 포함한 DX노조 조합원 상당수가 전삼노 출신이다.

전삼노 측은 공문에서 "현재 노조가 커가고 있고, 자리를 안정적으로 잡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신뢰가 적극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조합원과 직원의 신뢰를 위해서라도 문제가 있는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DX노조 집행부가 현 집행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집행부로 새롭게 구성된다면 언제든지 함께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DX노조 측은 "노조 내 분열과 갈등을 일으킨 것은 현 전삼노 집행부"라며 전삼노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DX노조 측은 2022년 2월 당시 전삼노 비상대책위원장이 삼성전자 사원들 간 임금 격차가 드러나는 내용의 피켓을 독단적으로 제작해 기자회견을 개최한 일을 문제 사례 중 하나로 꼽았다. 이 일로 인해 삼성전자 직원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다는 게 DX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전삼노의 현 집행부가 DX노조의 현 집행부를 범죄자라고 하는 등 조합의 규약에 따라 정당하게 피선거권을 행사해 조합원에게 평가를 받고 있는 조합원을 비방하는 등 부당한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전삼노 현 집행부가 저지르는 행위를 볼 때 이것을 알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삼성전자 전체 직원과 조합을 위해 좋지 않은 행동이라 여겨 그간 있었던 일을 정리해 알리게 됐다"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놓고 좀처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올해 임금 인상률을 2.5%로 제시했으나, 전삼노는 8.1%를 요구하고 있다.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이 참여하는 노사협의회 역시 5.74%를 사측에 제시해 이견이 큰 상태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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