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하청업체 '기술빼먹기' 철퇴...금형제조분야 최초 제재
2024.02.18 12:00
수정 : 2024.02.18 1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도면을 다른 업체에 주고 더 낮은 가격에 생산을 의뢰하는 '꼼수'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금형제조분야 최초 적발·제재 사례로, 하도급업체의 '기술 빼먹기' 제재가 한 층 강화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동차 엔진 관련 부품 제조업체인 ㈜정광테크의 기술유용행위 등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3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정광테크는 자동차 워셔플레이트 및 엔진 브라켓 부품의 시작금형 제조를 A 협력사(수급사업자)에게 위탁하고 납품을 받아왔다. 2019년 9월 30일과 2020년 9월 3일, 약 1년 간격으로 ㈜정광테크는 하청업체에 부품의 '시작금형 도면'을 요구했다. 최종 발주처인 피아트-크라이슬러 자동차(FCA)에 성형해석 보고서를 내야 하고, 양산금형 개발에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2020년 9월 9일 ㈜정광테크는 전달 받은 금형도면을 다른 금형제조 업체(B 협력사)에 넘기고 더 낮은 가격에 양산금형 제작을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하청업체의 기술만을 빼내 생산비 절감에 이용한 셈이다.
공정위는 "FCA는 성형해석 보고서만을 요청한 상태로 ㈜정광테크의 자료요구행위는 목적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난 기술자료 제공요구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도면을 제공한 원 하청업체가 생산을 포기했다는 ㈜정광테크의 반박도 기각했다. 공정위는 "A 협력사에게 '양산금형 제작 우선권'을 준 사실이 없으므로 제작을 포기해서 시작금형도면 사용을 허락받았다는 주장은 그 전제부터 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광테크는 B 협력사에게 "A 협력사가 이 사건 시작금형도면 제공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도면을 외부로 유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사실도 인지한 상태였다는 의미다. A 협력사 역시 도면 제공 사실을 몰랐던 상태로, 공유 동의를 얻은 상태도 아니었다.
공정위는 향후 금지명령을 포함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양산금형 생산비용을 낮출 목적으로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시작금형도면을 제3자에게 유용하는 행위를 최초로 적발·제재한 사례다.
금형도면은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금형제조업체)의 기술자료에 해당하는 만큼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없는 자료다. 공정위는 "금형제조업체가 축적한 기술적 노하우가 반영된 기술자료인 금형도면을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하도급법 취지 중 하나"라며 "뿌리산업의 핵심인 금형산업에서 중소기업의 기술자료 보호 필요성에 대한 업계의 인식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