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불허해야"

      2024.02.21 11:08   수정 : 2024.02.21 11: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21일 논평을 통해 "기업이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분 경쟁을 촉진시켜야 하는 구조와 상황"이라며 "회사 돈으로 취득한 ‘덤’인 자사주를 추가로 인정해야 할 필요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전경련의 2023년 5월 조사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은 평균 4.4%의 자사주를 보유, 매출 상위 100 개 기업은 평균 5.0%다. 30%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한 회사도 많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배주주의 지분보다 덤이 더 많은 격이라고 평했다.

이 회장은 "지난 25년 동안 한국 대기업은 대부분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지배주주들은 지주회사에 대해서 평균 40%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비지주회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에 대한 평균 내부 지분율은 이미 60%를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60.2%, 2023년 61.6% 이상"이라며 "이런 현실에서 더 이상 우리 기업을 온실속 에 넣어 두어서는 안된다. 이 정도의 높은 지분율이라면 누구나 현실에 안주하고 독단에 빠지기 쉽다"고 주장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선진국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하므로 자사주라는 계정이 재무상태표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위치한 워싱턴주는 자사주 보유가 불법이라고 밝혔다. 회사들은 취득 즉시 소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2023년 무려 27조원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한 메타는 자기자본에 자사주라는 계정이 없다. 선진국에서는 소각없는 자사주 매입은 이사회 통과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자사주 소각으로 상장주식수 계속 감소해 주주가치가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사주는 한국 기업과 자본 시장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무시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적 사례다. 높은 수익성에도 불구한 단지 0.8배 PBR에 거래되는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15일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시총에서 자사주 제외시 0.7배"라며 "주주환원에 마땅히 사용되었어야 할 발행 주식의 18% 자사주를 일반주주 이익을 침해하면서 그동안 경영권 방어에 사용해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경영권 방어 등 편법적으로 취득한 자사주에 대해 연기금, 초대형펀드 등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를 어떻게 주당지표에 반영하는지 조사한 결과 80% 이상의 외국인투자자는 회사 현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각이 없는 경우 이를 시총이나 주주가치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미국 대형 뮤추얼펀드 매니저는 "한국의 자사주는 시장에 매각되는 경우 많고 소각하는 경우도 드물어 시총이나 상장주식수를 감소시키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세계에서 영향력 많은 국부펀드 담당자 역시 “한국의 자사주는 소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주당지표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우리 정부와 법원은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지배주주에게 이러한 ‘덤’을 허용해 왔다. 법원은 자사주를 회사의 다른 자산과 똑같이 처분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려 왔고, 2010 년 대법원이 같은 법리를 전제로한 판결을 했다. 그러자 정부는 2011년 상법을 개정해 자사주 처분시 신주 발행시와 같은 일반주주 보호 절차를 생략했다"며 "2024년이 된 지금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2008 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이미 주식시장을 통한 눈에 띄는 외국 자본의 공격은 없었다.
지금 우리 경제와 자본시장의 규모는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대등한 당사자로서 경쟁과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30 년 동안 금융기관의 지배와 대기업 간의 상호주 보유로 정체된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데 10년 이상이 걸렸다.
정부는 반드시 일반주주 이익을 침해하며 회사 돈으로 만든 자사주의 온실을 걷어 내고, 기업의 가치를 더 높게 보는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일반주주의 지지를 얻어 회사를 경영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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