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 반도체 공장 경제 효과 36조원...韓은 규제에 발목
2024.02.21 16:43
수정 : 2024.02.22 13: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핵심 거점인 텍사스주 테일러·오스틴 공장 건설로 인한 직·간접 경제적 파급효과가 268억달러(약 35조7000억원)로 추산된다는 자체 조사를 내놨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 등에 대규모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도 지원금 수령을 위해 현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보조금을 내세워 전 세계 반도체 투자를 빨아들이는 가운데 한국도 공장 건설 등이 가져올 막대한 경제 효과를 감안해 투자 환경을 개선하도록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美 경제효과 2년새 4배 늘어
21일 삼성전자 오스틴 생산법인(SAS)이 발간한 ‘2023년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오스틴·테일러 팹 건설로 창출된 경제 효과는 268억달러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136억달러) 대비 2배 가량 증가한 규모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팹 건설 전인 2021년(63억달러)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는 1996년부터 오스틴시에 180억달러를 투자해 2개의 팹을 운영 중이다. 2021년 말부터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제2공장도 연내 가동 예정이다.
SAS는 반도체 팹이 지역 일자리를 크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SAS는 지난해 오스틴 지역에서 직접 일자리 5322개, 간접 일자리 1만2344개를 창출했다. 테일러시에서는 직·간접 건설 일자리 1만8161개를 지원했다. SAS가 1년 간 낸 현지 직원 급여만 17억달러로 집계됐다. SAS가 내는 연간 세금만 2억4560만달러에 이를 만큼 지방정부의 세수 확보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현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보고서는 미국 반도체 기업 글로벌파운드리가 15억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된 다음 날 공개됐다.
미국 정부는 초과 이익 시 보조금 최대 75% 환수, 중국 내 증설 제한 등 까다로운 조건을 전제로 자국에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반도체 산업 육성법'을 시행하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를 포함해 미국 기업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와 미군 전투기용 반도체를 제조하는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 등 3곳이 지급 대상으로 선정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 여부, 시기 등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에 발목, 韓 투자 지연
반도체 공장 건설 시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감안할 때 공장 건설 관련 규제를 대폭 개선해 국내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이 아닌 각국 정부 차원에서 총성없는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위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실제 2019년 2월 부지 선정 후 2022년 착공 예정이던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은 지자체 인허가, 시민단체 반발 등에 묶였다. SK하이닉스의 첫 번째 공장은 당초 계획보다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계획 중인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과감하게 풀리지 않는 규제 문제"라며 "정부가 이해 관계자들 간 이견을 조정하는 등 규제 해소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