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투자원금 선(先)지급" 형식의 자율배상안 나오나..銀 , 중간결과 앞두고 셈법 복잡
2024.02.26 15:07
수정 : 2024.02.26 15: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은행권이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중간 검사 결과를 앞두고 대규모 배상금·과징금 폭탄을 맞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의 책임분담 기준안 초안이 2월 말과 3월 초 사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이 H지수 ELS 투자자에 대한 유동성 지원방안을 선제적으로 발표할 지가 관전 포인트다. 유동성 지원을 골자로 하는 자율 배상안이 나올 경우 은행이 과징금 부담을 덜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권의 셈법이 '배임 리스크'와 '과징금 감면' 사이에서 복잡해지고 있다.
■신속한 유동성 지원 핵심, 자율배상 '기로'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당국의 ELS 검사 결과와 함께 '2말 3초'께 발표될 걸로 예상되는 △책임분담 기준안(배상안) △과징금 산정기준 초안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책임분담 기준안 초안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유형과 위반 정도에 따라 판매사 배상비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이 현재까지 파악한 ELS 불완전판매 비율도 함께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은행은 자율 배상을 할지 말지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은행의 '자율 배상'은 불완전판매를 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에 대한 신속한 유동성 지원이 골자다. 불완전판매 여부와 관계 없이 소비자에게 투자 원금 일부를 선제 지급한다고 본다면 자본시장법상 배임 우려가 크지 않다는 게 당국 측 판단이다.
예컨대 2월 말 기준 손실률이 50%라면 만기 도래 시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원금 40%를 먼저 지급하는 것이다. 불완전판매가 아닐 경우 은행은 남은 투자 원금만 만기 도래 시 돌려주면 되고, 불판이 인정됐다면 투자 원금과 추가 지급할 배상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배임? 은행권 선제 대응 '고심'
은행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시 과징금이 감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당초 난색을 표하던 은행들도 고민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배상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에 은행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기 쉽지 않다. ELS는 판매사례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일일이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실무진에서는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배상금과 과징금을 모두 낼 경우 은행 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는 만큼 은행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다양한 안을 고민할 수 있다는 얘기다.
ELS 배상금과 과징금은 성격과 산정방식 모두 다르다. 책임분담 기준안이 판매사와 투자자 책임을 각각 얼마로 보고 배상할지 정하는 분쟁조정의 절차라면, 과징금은 법 위반에 대한 당국의 제재 처분이다. 불완전판매 입증 시 판매사는 손실금 일부를 책임분담 기준안에 따라 투자자에게 배상하고, 과징금은 당국에 납부해야 한다.
한편 H지수 ELS 투자자의 평가손익을 산정할 때 시계열을 넓혀서 합산(net)하는 방식은 은행의 자본비율 급감을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올해 만기 도래하는 2021년 가입분 이전의 H지수 ELS 이익금이나, 조기 상환에 성공해 이익을 본 것을 제외하고 손실 배상을 하게 되면 판매사 부담이 덜어질 수 있다. 투자자의 과거 투자 손익내역만 남아 있으면 되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은 ELS 이슈 장기화로 올해 사업 추진에 난항을 빚을 지도 고민이다. 낙인(knock-in), 노낙인(no knock-in)형 상품별로 하반기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에는 금소법상 △적합성(적정성) △설명의무 △부당권유금지 위반에 따른 기본배상비율 20~40%에 △내부통제 부실 △고위험상품 판매 등 공통 배상비율 최고 15%p가 더해졌다. 여기에 △예적금 가입목적 △금융취약계층 △투자경험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판매사 배상비율이 조정된 바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