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돌아왔다" 긴장하는 유럽… 앞다퉈 방위비 증액
2024.02.25 19:10
수정 : 2024.02.25 20:22기사원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24일(현지시간)로 2년이 된 유럽에는 최근 새로운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이 1945년 2차 세계 대전 이후 냉전을 거치면서도 누려온 평화에 대한 환상을 송두리째 뽑아갔다.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간 전쟁은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경종을 울렸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다른 유럽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소속 유럽 국가들에 방위비를 증액하라고 압박하면서 탈퇴까지 위협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다시 당선될 가능성이 있어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팽창에 스스로 대비를 해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합병한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비율을 2%가 넘는 목표를 잡은 나토 소속 유럽 국가들은 강한 군사력이 전쟁 확산을 막는 길이라는 것을 점차 인식하고 있으며 방위비 증액에 나서고 있다.
■나토, 빠르면 3년내 전쟁 준비해야
독일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군사전략 정책 보고서를 12년만에 개정해서 공개했다. 첫 장부터 '전쟁이 유럽에 돌아왔다. 독일과 우방들은 다시 군사적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 국제 질서는 유럽과 전세계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우리는 전환기에 살고 있다'라고 명시했다.
독일은 냉전 종식 이후 방위비를 GDP 대비 2%로 늘리는 목표를 지키지 못해왔으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올해안에 달성하고 2030년대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독일외교위원회(DGAP)도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서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진다면 러시아가 지상군을 재정비해 6년내 나토 국가를 침공할 수 있으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지상군이 큰 손실을 입었지만 군사적 잠재력은 여전히 강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서양 협의회의 환대서양 안보 이니셔티브 이사 크리스토퍼 스칼루바는 러시아가 서방국가가 제공한 무기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견뎌낸 것은 이번 전쟁을 길게 끌고 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러시아가 군수 물자 증산을 통해 지상군을 빠르게 재편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DGAP의 애널리스트 크리스티안 묄링은 러시아가 나토를 침공할 수준의 육군을 재건하는데 6~10년이 걸릴 것으로 정보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추정하고 있다며 나토는 추가 무장할 시간이 5~9년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야체크 시에비에라 폴란드 국가안보국장은 러시아가 폴란드를 비롯해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등 동유럽이나 발트해의 나토 회원국들을 목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나토의 동부 국가들이 3년안에 전면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을 침공하는 것은 러시아의 이익에 역행되는 것이라며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국영방송 로씨야와 가진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과 지정학적이나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싸울 이유도 관심도 없다"며 침공설은 "완전히 넌센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에서 실수한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불안감을 부추기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나토 유럽國 올해 방위비 GDP의 2% 넘을듯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올해 나토 소속 유럽 국가들의 GDP 총 합계 대비 방위비가 2%를 넘는 약 3800억달러(약 505조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방위비 지출 증가에 대해 진전이 있다고 강조했다.
나토 소속인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증액은 트럼프의 압박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합병이 계기가 됐다.
일부 회원국은 2년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큰 폭으로 증액했다. 유럽의 나토 국가들은 방위비를 약속했던 GDP 대비 2%로 늘리는 것만이 러시아로부터 지키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대비하는 최상의 방법으로 보고 있다.
올해 안에 나토 중 18개 회원국이 GDP 대비 방위비 2% 지출을 이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해 미국(3.49%) 보다도 높은 3.9%를 방위비로 지출했으며 올해 4%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2020년대말까지 러시아의 위협이 고조될 것이라며 미국의 유럽 사태 개입 축소 가능성에 대비해 유럽 각국들이 군수산업을 강화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는 미국이 유럽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안보 초점을 돌리고 있다며 유럽이 5~8년안에 독자적 방어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피스토리우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어가기 위해 무기 증산을 하는 것은 유럽에 실질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이 발트해 국가와 조지아, 몰도바를 위협하는 것을 매우 심각하게 여겨야 하며 2020년대가 끝나기 전에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스토니아 해외정보국은 이달 중순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푸틴이 앞으로 10년내 나토와의 군사 충돌 가능성을 준비하기 위해 핀란드와 발트해 인접 국경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을 두배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카우포 로신 해외정보국 수장은 러시아가 단기간에 나토 국가를 침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대신 "러시아가 장기간 대치의 길을 선택했다"고 했다.
에스토니아는 내년부터 10년안에 333㎞에 이르는 러시아와의 접경 지역에 벙커 600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등 발트해 3개국은 러시아와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 접경 지역에 공동 방어 지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했으며 핀란드와 폴란드도 합류해줄 것을 요청했다.
유럽내 남아있는 자국 보호주의는 군사력 강화의 걸림돌로 해결해야할 시급한 과제다.
유럽 군대들은 기획이나 배치를 놓고 협력이 잘되지 않고 있고 자국 우선주의에 빠져 군수업체들 간 경쟁을 줄이기가 쉽지 않으면서 NH90 헬기의 경우 결국 단일이 아닌 여러 기종으로 생산되고 있다. 또 나토 소속 유럽 28개국은 나토의 표준인 155㎜ 포탄도 열네가지를 생산하고 있어 회원국들간 협력 강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외국산 무기 구매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프랑스는 독일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 체계인 '유러피언 스카이 실드'를 위해 이스라엘과 미국으로부터 미사일을 도입하려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아닌 국가의 무기를 구매하는 것이 지역의 방산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프랑스의 주장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