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퇴근 중 교통사고 내고 사망…법원 "산재 인정 안돼"
2024.02.26 08:30
수정 : 2024.02.26 08: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더라도 도로교통법을 지키지 않았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정상규 수석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9월 자전거를 타고 퇴근을 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냈다.
유족 측은 A씨가 출퇴근 재해로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단 측은 A씨가 범칙행위로 인해 사망했으므로 출퇴근 재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유족 측은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망인이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충격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로 정지선이 설치돼 있지 않았으므로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했거나 그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과실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범죄행위에 의한 사고라고 보고,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망인은 피해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는데도 횡단보도 앞에 일시정지하지 않았으므로, 행위 그 자체로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며 "또 보행자를 충격해 12주 이상의 상해를 발생시키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고 영상에서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줄이려는 모습을 전혀 확인할 수 없고, 자전거를 멈추거나 핸들을 돌리지 못한 채 피해자와 그대로 충격했다"며 "원고들의 주장과 달리 피해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갑자기 멈췄다거나 속도를 줄인 사정도 발견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날씨는 맑았고, 9월 오후 5시경으로 어둡지 않았으며 시야를 가릴 다른 자동차도 없었다"며 "망인은 평소 이 도로로 출퇴근해 도로 환경을 잘 알고 있었고,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언제든지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예상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