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미국 아닌 한국 인도 가능성 생겼다 왜?
2024.03.06 06:45
수정 : 2024.03.06 06:45기사원문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가상자산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를 불러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인도될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달 20일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해야 한다고 판결했는데 이 판결이 완전히 뒤바뀌면서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5일(현지시간)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미국 인도 결정을 무효로 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권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내면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원점에서 다시 권씨의 인도국을 결정하게 된다. 결과에 따라 권씨가 한국으로 인도될 가능성도 있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 홈페이지를 보면 항소법원은 한국과 미국 중 누가 먼저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제출했는지에 관한 결정에 명확하고 타당한 근거가 없다며 권씨측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어 항소법원은 "형사소송법 조항의 중대한 위반을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지난달 20일 권씨에 대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서 공문이 한국보다 하루 앞선 지난해 3월 27일에 도착한 점 등을 근거로 권씨의 미국 인도를 판결했다.
하지만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더 빨랐다는 고등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한국 법무부는 지난해 3월 24일 영문 이메일로 3월 26일에는 몬테네그로어로 이메일을 보내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전자 송부했다"고 지적했다.
항소법원의 이번 판결 취지는 권씨 측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권씨의 몬테네그로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앞서 항소 이유로 몬테네그로 정부가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은 상황에서 각 요청을 받은 날짜와 권씨의 국적 등을 중요하게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로디치 변호사는 "권씨의 국적이 한국인 점을 근거로 "범죄인 인도에 관한 법과 국제 조약들을 보면 그는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불법적인 결정이 항소법원에선 유지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다시 미국으로의 인도를 결정할 경우 권씨 측에서 재항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권씨가 미국에 인도된다면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한편,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에게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피해를 안긴 권씨는 지난 2022년 4월 한국을 떠나 도피하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 혐의로 체포된 이후 1년간 현지에 구금돼 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