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함께하는 의료개혁 5대 과제

      2024.03.12 18:40   수정 : 2024.03.12 18:40기사원문
의대정원 확대 문제로 전문의를 중심으로 하는 의사집단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사실 의사집단과 정부 사이의 갈등에서 누가 이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번에야말로 우리 의료체제가 갖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내어 의료개혁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의료체제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건강보험은 의사와 약사, 병원과 같은 의료서비스 공급자와 국민이라는 수요자 그리고 정부 이렇게 삼자가 이해당사자이다.
의료서비스를 시장에 맡기면 가격은 국민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된다. 그래서 건강보험은 제도적으로 건강보험 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두고 건강보험 대상이 되는 질병이나 진료에 대한 의료서비스 가격을 기준으로 의사에게 지급하는 수가를 결정한다. 이 수가가 시장가격의 70%가량이라면 의사들은 30% 정도 손해를 보는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가를 지급하는 재원은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또 진료 시 본인부담금을 내서 조달하고 나머지는 국민건강증진기금과 정부보조금으로 메운다.

정부는 건정심을 통해 보장범위를 정하는데 여기에서 제외되는 질병들은 시장가격대로 의사와 약사가 받게 된다. 즉 건강보험 적용대상 질병을 정한 뒤 대상일 경우 국민부담을 최소화하고 공급자에게는 협상 결과 정해진 수가를 지급하게 되는 것이다. 보장률이 60%가량으로 알려져 있으니 결국 적용대상이 아닌 40%의 질병은 전적으로 국민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보장률을 높이려면 보험료를 더 거두거나 본인부담금을 높여야 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4대 중증질환을 건강보험 대상으로 확대하고, 이를 위한 건보재정 충당은 보험료 징수개혁을 통해 가능했다. 그래서 당시 2014년 건보재정은 4조6000억원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라는 구호로 재원조달 없이 보장성만 확대해서 건보재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2018년부터 적자가 되어 2019년에는 적자 규모가 2조8000억원에 달했다. 현재의 수가체계하에서 의사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대상 진료의 수가가 낮아서 가능하면 비급여진료, 즉 보장대상이 아닌 진료를 선호하거나 비급여진료를 포함시키고자 하는 유인을 갖게 된다. 비급여진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피부과, 성형, 안과 등과 같은 분야에 의사들이 몰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한편 수가가 지나치게 낮다고 생각되는 필수의료 분야는 기피대상이 됨으로써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졌다.

이제 의료개혁을 위한 다섯 가지 구체적 과제를 제시해본다. 첫째, 필수의료 수가를 대폭 높이는 방식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둘째, 이러한 수가인상을 위한 재원은 보험료나 본인부담금 인상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민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러한 국민 설득 과정에서 경증질환의 지나친 혜택도 바로잡아야 한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본인부담금 1만원 정도만 내지만,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걸리면 피해가 막대하다는 문제를 정확히 알리고 바로잡아야 한다. 셋째,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공급 확대를 위해 의료인력 확대와 재배치가 필요하다. 의대정원 확대도 이러한 의료인력 공급방안의 하나일 것이다.

넷째, 의료수요에 걸맞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공급 확대를 위해 원격의료 혹은 비대면진료도 적극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의료법에 모호하게 명시되어 있는 관련 조항들을 오늘날 발달한 여러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대폭 완화하면서 비대면, 나아가 원격진료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더 이상 환자의 안전을 우려하며 반대할 명분은 의사에게 없다.
다섯째, 국민연금·고용보험과 같이 하루빨리 건강보험을 기금화해야 한다. 그래야 제도 변화와 여건 변화에 따라 건강보험재정과 상황이 어떻게 되는가를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의 대립과 갈등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 국민과 함께 최선의 대안을 도출해내야 한다.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 원장·前 청와대 경제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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