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대출 다 주는데 은행 주담대만 증가?' 금융당국 제동 나섰다

      2024.03.14 16:56   수정 : 2024.03.14 16: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만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근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싼 주담대가 신용대출 상환 등 일반 자금 조달 통로로 활용되면서 주담대가 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신생아특례대출 등이 다음달부터 가계대출에 잡히면서 가계대출 반등의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주담대 과당 경쟁을 자제하고 대출 목표 관리를 강화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금융지주·인뱅에 '주담대' 점검 주문
14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날 5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NH농협) 및 3대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케이·토스) 재무담당 임원들과 가계대출 관련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은 은행 자체 주담대가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을 갚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특별 관리를 요청했다.
아울러 이들 은행의 연간 대출 목표 역시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은행권에서 주담대를 제외하고 다른 대출은 모두 감소한 이유에 대해 주담대가 일반 자금의 조달 통로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대환대출 플랫폼 금리인하 경쟁으로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1년 7개월여만에 최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1월 주택담보대출은 3.99%로 전월 대비 0.17%p 하락했다. 2022년 5월(3.90%) 이후 20개월 만에 3%대로 떨어진 것이다. 일반 신용대출(6.38%)에 비해서는 2.39%p 낮은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대환대출 플랫폼 금리인하 경쟁으로 주담대 금리가 낮아지자 각종 자금 수요를 (금리가 싼) 주담대로 조달하는 것 같아 시중은행에 특별히 관심을 쏟을 것을 당부했다"며 "지금 과당 경쟁이 촉발되서는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도 주담대를 크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중금리 대출 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담대만 증가하는 '기현상' 예의주시
금융당국은 은행 주담대가 제2금융권 대출과 신용 대출 등 기타 대출을 흡수하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전날 발표한 '2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가계대출은 2조원 늘어난 반면 2금융권에서는 3조8000억원 줄었다. 상호금융(-3조원), 보험(-6000억원) 등에서 대출 감소 현상이 뚜렷했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이 3조7000억원 늘어난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5조5000억원)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구체적으로 은행권 주담대는 4조7000억원 늘어난 반면 제2금융권은 1조원 감소했다. 기타대출은 은행권과 제2금융권이 모두 감소하면서 총 5조5000억원 줄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담대가 다른 대출 수요까지 흡수하는 현상 자체가 괜찮은지 면밀히 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특히 정책모기지가 줄고 있고 신생아특례대출이나 디딤돌대출 증가세도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 주담대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유의해서 봐야 할 포인트"라고 말했다.

■신생아특례대출 등 가계대출 불씨 될까?
다음달부터는 신생아 특례대출 잔액도 가계대출 통계에 잡힌다. 지난 1월말 신청을 받기 시작했는데 약 3주만에 신청액 3조원을 돌파했다. 신청액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신규 대출로 잡힐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계대출 리스크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공감하지만 일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기업대출과 달리 개인대출은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 정확한 추적이 어려울 뿐더러 소비자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신용대출보다 더 금리가 낮고 관리도 잘 된다"며 "목적 외 자금 유용 아니냐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내줄 때 목적을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사후에 자금대출 용도 증빙을 하는 것도 개인은 어렵다"며 "특히 비대면 채널을 통해 대출 받는 것은 제어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것처럼 주택담보대출 실행에 '구멍'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사 시기에 주택담보대출을 실행 후 일부 금액을 신용대출 상환 등에 쓰거나, 주택구입 이전에 대출을 먼저 받아 일부 활용한 뒤 다시 용도에 맞게 활용하는 등 편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신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보다 마진이 높기 때문에 일부러 상환을 부추길 이유가 없다"며 "다만 생활자금 용도 주택담보대출 총량을 제한한다거나 하는 규제는 재도입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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