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은 그대로인데 대출취급액은 14%나 늘렸죠"
2024.03.21 13:47
수정 : 2024.03.21 14:00기사원문
"현대캐피탈에서 자체 개발한 대출심사 최적화 모델로 연체율을 유지하면서도 대출 취급액을 14%나 늘리는 성과를 거뒀죠."
현대캐피탈에서 리스크모델링팀을 이끌고 있는 김우영 팀장( 사진)은 지난 달 인공지능 학술단체인 국제인공지능학회(AAAI)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출심사 최적화 모델' 논문으로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수상했다.
21일 서울 중구 현대캐피탈 본사에서 만난 김 팀장은 "그동안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은 알리바바, IBM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왔다"며 "학회에서도 금융사가 논문을 제출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심사위원들이 가장 점수를 많이 준 부분이 실제 효용 가치"라며 "이번에 수상한 대출심사 최적화 모델의 경우 기존에 대출이 불가능했던 고객들에게 대출을 해주면서도 연체율은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는 대출심사 시 필요한 고객의 신용등급을 평가하기 위해 '통계적 예측 모델링'이라는 전통적인 기법을 활용해 왔다"며, "이후, 신용등급 평가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법을 적용한 AI 솔루션을 활용하면서 더욱 정교한 수준으로 진화해 왔지만, 최종 단계에서는 결국 신용등급에 기반해 소득 수준, 자산 현황 등의 정보를 담당자가 분석해 대출 승인 여부를 결정해 왔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현대캐피탈은 이러한 한계를 넘기 위해 기존 대출 고객 중 6개월 또는 12개월 이후 시점마다 연체가 발생한 모든 고객의 경우의 수를 학습시켜 연체율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대출을 제공할 수 있는 최적화된 조건을 산출했다"며 "이 과정에서 가장 좋은 결과값을 도출하기 위해 의사결정의 단계마다 최선의 답을 선택해 나가는 이른바 '탐욕적 탐색 알고리즘'을 적용했고, 그 결과 대출심사 전략 자체를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자동으로 수립할 수 있는 '대출심사 최적화 모델'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대출심사 최적화 모델'을 모든 금융상품 대출 심사에 적용하면서 직원들은 다른 업무에 더 시간을 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대출심사에 있어 이같은 혁신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신용평가사에서 제공하는 상용화된 툴을 쓰는 기존 금융사와 달리 현대캐피탈은 자체적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상용화된 툴의 경우 최신 기술을 바로 반영하는데 시차가 있어 우리는 빅테크들의 오픈된 소스를 활용해 계속 업데이트를 한다"며 "좀 힘들긴 하지만 최신 기술을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일주일에 논문을 적어도 하나 이상은 읽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면서도 "내년에도 AI관련 논문을 제출하기 위해 준비 중인 주제가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