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권력서열 2위, 트엉 국가주석 전격 사임

      2024.03.20 23:34   수정 : 2024.03.20 23: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베트남 '권력 서열 2위'인 보 반 트엉(53) 국가주석이 취임 1년 만에 전격 사임했다. 트엉 주석은 당규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것이어서, 부패 연루 및 권력 투쟁에 의한 실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베트남은 당 서기장을 정점으로 외교와 국방을 책임진 국가주석과 행정의 수반인 총리, 그리고 국회의장이 권력을 분점한 집단 지도체제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20일 BBC 등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이날 임시 회의에서 트엉 주석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트엉 주석이 당원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에 관한 규정, 공무원과 당원에게 모범을 보일 책임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라며 "당규 위반과 '결점'이 여론, 당과 국가와 그 자신의 명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가 당과 국가, 국민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식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라고 덧붙였다.

트엉 주석은 당규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중앙위원회에 자신의 사임을 요청했고, 당이 이를 수락하는 형식으로 사임이 이뤄졌다. 그는 지난해 3월 역대 최연소인 52세로 국가주석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1년 만에 물러나면서, 2026년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 그는 베트남 역대 최단기간 재임한 국가주석으로도 기록됐다.

국회는 임시 회의에서 트엉 주석 사임에 관한 당의 결정을 승인할 예정이다.

당규 위반 내용 등 트엉 주석의 구체적인 사임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부패 척결 작업과 관련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국은 최근 트엉 주석이 과거 인민위원장이었던 꽝응아이성의 인프라 개발 회사와 관련된 비리 조사를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트엉 주석의 전임인 응우옌 쑤언 푹 주석도 지난해 부하 공직자들의 비위 행위에 책임을 지고 돌연 사임했다. 푹 주석이 고위급 인사들의 비위 행위와 연관돼 사직했을 거라는 추측이 나왔었다.

앞으로 새로운 국가주석 등 베트남 최고 지도부 권력 구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임명 당시 당 상임 서기였던 트엉은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됐었다. 쫑 서기장은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부패 척결' 작업을 주도해 왔다.
쫑 서기장은 부패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권한 남용, 횡령 등에 강력하게 대처해 왔다. 트엉 주석은 부패 척결 작업에서 필요한 도덕적 권위를 지닌 지도자로 손꼽혀왔다.


집단지도체제에서 한 축인 국가주석의 공석으로 베트남 최고 지도부 권력 구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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