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소송 보고서를 챗GPT로 작성했다고?

      2024.03.23 14:00   수정 : 2024.03.23 22: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필자의 로펌에서는 졸업을 앞둔 몇몇 학생들을 인턴으로 고용하고 있다. '라떼는 말이야'(과거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최대한 안쓰려 노력하지만, 불과 십여년 사이인데, 요즘 세태에 놀라곤 한다. 약 15년 전, 미국 로스쿨 재학 시절만 해도, 로스쿨 학생이든, 변호사든 하루 종일 판례를 읽고 반복적 서류 작성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최근,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도구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AI가 알아서 판례를 찾아주는 그런 날이 왔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보통 인턴들에게 주어지는 첫 임무는, 진행되고 있는 사건에 이슈를 찾고 그에 맞는 판례나 관련법을 적용하라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맡긴다.
당연히,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런데 인턴들이 불과 30분도 안돼 보고서를 작성해오는 것 아닌가. 초고속 업무처리에 놀라, 이것저것 물어보니, 결국 실토하기를, 챗GPT를 통해 작성했다는 것이다. 주어진 자원을 활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배움의 과정에 있는 인턴이기에 그 순간에는 걱정부터 앞서는 '라떼 마인드' 상사에 불과했다.

최근 세계적 정보 서비스 기업인 볼터스 클루버(Wolters Kluwer)의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25%가 생성형 AI 서비스가 위협적일 수 있다고 답했다. 우려의 대부분은 '권한 부족', '일관성 부족', '설명 불가능성 및 잠재적 편향'이다.

법률은 정확한 답변 혹은 방향성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상황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적용될 수 있고 적용하는 범위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어떻게 분석하는 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담 아닌 농담으로, 변호사들이 제일 많이 하는 답변이 "상황에 따라 다르다(it depends)"라고 한다면 설명이 될까.

이런 우려의 목소리도 있기는 하지만, 설문 조사 응답자의 43%는 AI를 새로운 기회라고 표현했다. AI기술 발전을 긍정적으로 보는 법률가들은 효율성 강조한다. 계약서 작성 및 문서 검토와 같은 특정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많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AI를 통해 분서 시간을 단축하고, 판례 데이터화로 패턴을 식별하고, 종국엔 법률가들에게 소송 결과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준에 올라있다는 것이다.

AI가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법률가들도 AI 기술 사용에 대한 제대로 된 훈련이 필요할 지 모른다. 아무리 발전된 기술이라 하더라도, 어떤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 했는지,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처 업데이트 되지 못한 선례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윤리적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지 전체를 판단하는 몫은 여전히 법률가들의 몫이 돼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AI기술은 변호사 혹은 법률인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효율적으로 일 할 수 있도록 돕는 어시스턴트의 역할이 더 맞다고 보여진다.
변호사는 단순히 법을 적용해서 클라이언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고, 주어진 상황에 따라 또 입장차이에 맞춰 의뢰인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아닐까. 정답이 없고, 최고만을 고집할 수 없으며, 정의가 하나가 아닌 곳이 바로 이 곳, '법의 정글' (Jungle of Law) 이기에 그렇다. 강지니 미국 변호사. 미주한인소상공인총연합회 부회장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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