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갈등 뇌관 '2000명 증원' 조정..대화 의제 될까

      2024.03.27 06:00   수정 : 2024.03.27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면허 정지 처분이 연기되고 의정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의대 정원을 놓고 극적 타결에 이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달라진 정부 기류를 고려할 때 최대 쟁점인 증원 규모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총리 "대화체 구성 희망"

26일 정부 등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대화체가 구성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공식 채널이 없어 정부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웠다"며 "허심탄회한 대화로 병원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전공의 이야기를 들어 국민 불편을 조속히 해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의 발언은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 지시의 후속조치다.


윤 대통령은 한 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하고,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한 총리에게 의정 대화의 장을 만들라는 임무를 부여한 셈이다.

이후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26일 내리기로 했던 면허정지 처분도 보류됐다. 대통령이 주문한 '유연한 처리'의 일환이다.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던 정부의 기류가 바뀐 기점은 지난 주말이다. 지난 24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면허 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정부와의 대화에 선을 긋던 의료계 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한 위원장과 만난 전의교협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의대 입학정원 배정을 철회할 의사가 있다면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2000명 증원 백지화'를 전제로 정부와 대화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정부와 의료계간 의료갈등 해소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한 위원장은 이날 울산 지역 유세에서 기자들에게 의대 증원 규모도 대화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추가적인 '유연한'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정부가 고정불변의 숫자로 여겨온 '2000명 증원' 조정 이슈도 협상 과정에서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여권내 변화의 기류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관측이다.

한동훈, "증원 규모도 대화 테이블 올릴 수 있어"..출구전략 모색?

앞서 서울대 등 전국 19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부터 사직서를 내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비대위는 사직서를 내기로 한 당일 성명을 통해 "파국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책임을 맡은 환자의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며 "의대생, 전공의, 교수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증원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전국 의대 교수들이 무더기로 사표를 제출하고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 준법투쟁을 이어간다고 예고했다.

다만 정부는 증원 규모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과 학교별 배정을 확정하고, 대학입학전형 반영 등 후속 절차를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5월 내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2000명 증원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의료 갈등 사태가 장기화하는 만큼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공의 면허정지에 대해 '원칙론'을 고수하던 정부가 돌연 '유연함'을 들고 나온 것처럼 이번에도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환자들이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부의 무능을 질타할 우려가 점점 커지는 것도 부담 요소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교수는 "근거 없는 2000명 증원을 고수하는 정부가 대화의 창구를 닫아버렸다"며 "그나마 최근 들어 강경 모드 입장을 선회한 만큼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