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비은행권 부실채권...한은 “담보부 NPL 선호현상 완화해야”

      2024.03.28 11:00   수정 : 2024.03.28 11: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고금리에 경기회복 부진으로 부실채권(NPL) 규모가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NPL 매·상각에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실채권이 당분간 증가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제적인 관리를 통해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이 늘어나는 만큼 NPL전문투자회사의 담보부 NPL 선호현상을 완화해 비은행권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말 기준 금융기관 부실채권은 43조7000억원으로 2022년말 대비 은행과 비은행에서 모두 증가했다. 은행의 부실채권은 2022년말 10조1000억원에서 2023년말 12조5000억원으로 23.8% 늘어난 가운데, 비은행은 같은 기간 18조원에서 31조2000억원으로 73.4% 급증했다.
비은행업권 중 상호금융(17조3000억원, 55.5%)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저축은행(8조원, 25.6%)과 여전사(5조9000억원, 18.9%)이 그 뒤를 이었다.

금융기관은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해 부실채권 매·상각 규모를 2022년 13조4000원에서 2023년 24조3000억원으로 확대했다. 금융기관은 부실채권을 매·상각할 경우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낮출 수 있어, 주기적(통상 분기말)으로 부실채권에 대한 매·상각을 실시한다. 2023년 은행의 부실채권 매·상각 규모는 9조1000억원, 비은행권은 15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93.6%, 74.4% 증가하였다.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도 지난해에 신규 부실채권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매·상각 규모도 늘어났다.

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상각뿐 아니라 NPL 시장을 통한 부실채권 매각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은행의 NPL전문투자회사(연합자산관리, 대신F&I, 하나F&I, 키움F&I, 우리금융F&I의 등 5개사)) 등을 통한 부실채권 매각은 4.9조원으로 전년 대비 3조원 늘었다. 이에 부실채권 대비 매각비율이 2020~2022년 평균 13.8%에서 지난해 22.8%로 큰 폭 상승했다. 통상 금융기관은 담보 여부, 회수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부실채권의 매각 또는 상각 여부를 결정하는데, 매각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적절한 시장가격으로 부실채권을 처분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금융기관은 지난해 적극적인 부실채권 매·상각을 통해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낮추는 등 자산건전성을 제고했다.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을 매·상각하면 동 채권이 재무상태표에서 제외되면서 자산건전성 관련 지표가 개선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매·상각으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을 0.35%p(상각 -0.16%p, 매각 -0.19%p) 정도 개선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기관은 사전에 부실채권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부실채권 매·상각이 당기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부실채권매입기관도 담보가치, 회수율 등을 바탕으로 매입가격을 책정함으로써 부실채권 매입에 따른 리스크는 제한적이다. 특히 연합자산관리 등 대형 NPL전문투자회사의 경우 부실채권 매입 이후 3년 이상에 걸쳐 관련 채무를 회수하고 있으며, 누적 회수율은 4년차 이후부터 대체로 100%를 상회하고 있다.

다만 부실채권 매각이 이루어지는 NPL 시장에서 NPL전문투자회사들이 은행권의 선순위 우량담보부 대출채권을 선호하고 있는 점은 비은행 부실채권 매각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은행 부실채권은 주로 캠코, 대부업체(매입추심 대부업), 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매매된다. 지난해 NPL전문투자회사는 은행 담보부 부실채권 위주로 5조2000억원을 매입(미상환원금잔액 기준)했다. 이 과정에서 NPL전문투자회사의 레버리지배율은 2022년말 2.52배에서 지난해 9월말 3.44배로 높아지며 여타 비은행권 부실채권에 대한 투자여력이 축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최근 금융기관 전반의 부실채권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이 늘어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NPL전문투자회사는 담보부 채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한은은 금융기관이 증가세를 보이는 부실채권에 대한 관리 노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함께 NPL 시장이 적절히 기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기에 부실채권 매·상각 등을 통해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과도하게 악화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NPL전문투자회사의 담보부 부실채권 선호현상을 완화해 신용리스크가 증대된 상황에서도 비은행을 포함한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금융회사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발생한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을 캠코의 ‘개인 연체채권 매입펀드‘ 외에도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유동화전문회사에 매각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12월 우리금융F&I는 12개 저축은행의 920억원 규모의 개인 무담보 부실채권을 매입했다.

다만 한은은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 연체자에 대한 과도한 추심을 유발하지 않도록 소비자보호 문제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매·상각 촉진을 지원하기 위해 규제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연체차주에 대한 과잉추심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취약차주 상생을 위한 저축은행 연체채권 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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