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기본급 197만원"…씁쓸한 사회복지사의 날
2024.03.30 07:01
수정 : 2024.10.18 13:58기사원문
[편집자주]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15년 차인데 기본급이 200만원이 안 됩니다"
국가보훈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박 모 씨의 말입니다. 2024년 최저임금 206만740원에도 못 미치는 셈인데요.
30일 '사회복지사의 날'을 맞아 이들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사회복지사의 날은 지난 2011년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정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회복지사의 날을 맞이했지만 이들이 들려주는 현장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합니다.
뉴스1이 만난 사회복지사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돕는다는 보람·만족감이 크고, 사회에서 내가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명감도 든다"고 웃어 보이면서도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 '좋은 일 하는 건데 희생은 감내해야지'라는 식의 시선에 그만둬야겠다는 결심도 자주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저임금에 구인난…폭언·폭행에도 속수무책
사회복지사는 '낮은 보수를 받으면서 좋은 일'을 하는 직업이라고 인식돼 있습니다. 실제로 '2022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의 월평균 급여총액은 222만 원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평균 급여총액의 3분의 2에 불과한 현실입니다.
이는 구인난으로도 연결됩니다. 서울 지역의 한 사회복지사는 자신이 속한 기관에서만 1월부터 3월까지 두 달여간 사회복지사 채용 공고를 10여 차례 가까이 올렸다고 합니다. 복지 업무마다 뽑는 사회복지사 직군이 여러 개였음을 감안해도, 한 직군은 '3차 공고'까지도 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복지사는 "자격증은 갖고 있지만 다들 낮은 급여 등을 이유로 실제로 현장 업무에 나서기를 꺼린다"고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원에 대응하는 매뉴얼도 아직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2022 사회복지사 통계연감에 따르면 사회복지 종사자가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매뉴얼 또는 지침이 구비돼 있는 시설은 51%로 전체 절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한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한다는 황 모 씨는 이런 매뉴얼 역시 현장에서 무용지물이라고 했습니다.
얼마 전 황 씨가 일하는 기관에서도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장애인이 한 직원을 때렸지만, 황 씨는 그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2~3시간 정도 잠시 안정을 취하는 정도가 전부인데요. 복지관마다 독립된 기관으로 분류되다 보니 다른 기관으로 옮기려면 신규 채용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순환 이동 같은 건 꿈도 꾸기 힘든 실정입니다.
황 씨는 "엄연히 분리 조치가 되지도 않기에 언제 또다시 와서 직원들이 폭언·폭행을 당할지 모른다"며 "관외로 잠시 출장이나 휴가 등 조치해야 한다고 기관에 항의했지만 지자체의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됐다"고 말했습니다.
◇'국가유공자 전담' 국가보훈부 사회복지사 "기본급 200도 안 돼"
6·25 전쟁, 베트남 전쟁 참전 등 국가유공자를 전담하는 국가보훈부 사회복지사들의 상황은 더욱 여의찮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업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하기 위한 법률(사회복지사업법)'을 적용받고 보건복지부 인건비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금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보훈부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가보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훈부 사회복지사 기본급은 약 197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복지사업법을 적용받은 사회복지사의 기본급은 286만 원 정도입니다.
국가보훈부 입사 이전 사회복지시설 경력과 입사 이후 호봉 모두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입사 1년 차나 10년 차 모두 같은 월급을 받는 현실입니다. 오히려 근무 경력이 길면 길수록 인건비 차이가 더 심하게 나는 것이죠.
보훈부 사회복지사 박 모 씨는 "보훈부 오기 전 이력까지 모두 합치면 15년이 넘는데, 복지부 인건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올해 받을 기본급이 347만 원 정도"라며 "하지만 현재 받는 기본급은 여전히 197만 원 정도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보훈복지인력이 사회복지사업법에 속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법안이 국회에 두 차례 올라갔지만 하나는 20대 국회의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21대 국회 때 다시 발의된 이 개정안은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복지위에선 '시기상조'란 결론이 나왔습니다. 복지위 검토보고서에는 "보훈기관 종사자 처우를 위한 국가보훈사업을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사회복지사업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보훈부 소속 복지사들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입니다. 이들은 민간 사회복지기관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훈 대상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열심히 일해도 기본급 격차가 너무 커진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박 씨는 "90대 6·25 참전 유공자 어르신 댁을 방문했는데 비가 새는 여인숙에 혼자 머무셨는데, 그분이 '이런 상황을 누구에게 얘기하면 유공자들한테 먹칠을 하는 거라 여태 말을 못 하고 있었다'며 하염없이 우셨다"며 "일반 복지기관처럼 그분께도 그때 도배장판 및 침구류 마련부터 지자체에 가서 필요한 보호조치들을 취하고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도 실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저희의 일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닙니다"
'12위'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지난해 7~8월 18~64세 취업자 1500명에게 직종별 대표 직업 15개가 갖는 사회적 지위를 조사한 결과 사회복지사는 12위였습니다. 1위 직업은 국회의원이었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 듯합니다. 사회복지사들은 정부와 국회가 단순히 보수를 높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회복지를 어떤 산업과 제도로 육성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사회복지사는 아무하는 일이 아니다"며 "직렬과 호봉을 단순화해 임금 가이드라인 체계를 다듬고, 역량 있는 복지사들이 다른 직군의 전문가와 동등한 인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