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에 틈 만들어 기능성 물질을 추가했다
2024.03.31 14:27
수정 : 2024.03.31 14: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윤동기·유승화 교수팀과 미국 코넬대 박순모 박사팀이 DNA의 얇은 막을 탈수현상으로 갈라진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 다른 물질을 넣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DNA 기반 미세 균열 구조 형성 및 제어 기술'은 갈라진 공간을 원하는 패턴으로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갈라진 틈에 친환경 온열소재, 적외선 발광체 등을 넣어 기능성 바이오 소재를 제작,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동기 교수는 "DNA 미세 크랙 패터닝은 코끼리 피부가 갈라지는 현상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한 방법이고, 극심한 가뭄에 땅이 갈라지는 일은 비가 많이 올 때 더 많은 물을 흡수하기 위함이라는 자연의 현상을 그대로 따라 구현했다"고 3월 31일 말했다.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DNA는 두 가닥이 서로 꼬여있는 이중나선 사슬 구조다. 사슬과 사슬 사이는 2~4 나노미터(㎚) 주기의 규칙적인 모양을 갖는 등 일반적인 합성 방법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정밀한 구조재료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구조를 변경하기 위해서 DNA를 빌딩블록으로 사용해 정밀하게 합성하거나 종이접기 기술을 이용했다. 하지만 매우 복잡한 설계과정이 필요하고, 특히 염기서열이 조절된 값비싼 DNA를 이용해야 했었다.
연구진은 연어에서 추출한 DNA 물질을 화장용 붓을 이용해 기존보다 1000배 이상 저렴한 비용으로 마치 DNA를 수채화 그림 그리듯이 정렬시켰다. 이후 3D 프린터로 지름이 2나노미터인 DNA 분자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정렬시키면서 말려 얇은 막을 만들었다.
여기에 끓는 점이 낮은 유기 용매 '테트라하이드로퓨란(THF)' 방울을 떨어뜨렸다. 이렇게 하면 유기 용매가 DNA내의 수분을 빼앗아 가면서 틈을 만든다.
이때 DNA의 사슬 옆면이 사슬 끝부분에 비해, 물을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하고 있어 더 많은 수축이 일어났다. 결국 DNA 사슬 방향으로 틈이 만들어졌다. 연구진은 "이를통해 DNA 사슬 방향과 틈까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생체 친화적 소재인 DNA로 이뤄진 수십~수백 나노미터(㎚) 박막을 이용, DNA 사슬방향으로 생긴 틈에 다양한 기능성 소재를 채워 넣는 공정이 가능하다. 예들들어, 온열 소재의 경우 겨울에 따뜻하게 하고 적외선 발광체를 넣으면 탈모나 피부케어 등에 응용할 수 있다. 즉 생체친화적 패턴으로 DNA에 기능성을 부여함으로써 향후 다양한 기능성 바이오 소재 및 헬스케어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반도체 패턴만큼이나 작은 DNA 빌딩블록 기반의 미세구조 패턴을 제조한 것으로 환경친화적인 면을 고려할 때 그 의의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Advanced Materials)'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