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까지 들썩…갈 길 먼 '2%대 물가', 커지는 내수부담

      2024.04.02 11:13   수정 : 2024.04.02 14: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농축산물 물가안정을 위해 1500억원을 투입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시행 중이지만 물가불안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3월 농축수산물 물가는 11.7% 상승, 2년11개월만에 두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했다. 중동 불안으로 석유류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 압력을 한층 더 강화시킬 요인이다. 높은 물가 체감도는 소비에도 영향을 줘 내수침체를 지속시키면서 경기전반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보합세 휘발유값, 상승세 전환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주목할 부분은 석유류 가격 추이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동월 대비 1.2% 올랐다. 물가지표에서 석유류 가격이 상승세를 전환한 것은 14개월만이다.

사과, 배 가격이 각각 88.4%, 87.8% 상승하는 등 통계작성 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정부의 할인지원책이 집중되면서 체감물가는 낮아지고 있어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참석 "정부 할인 지원은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특성상 반영되지 않는다"며 "현장에서 뵙는 소비자는 (과일 등의)체감물가가 낮아지고 있다고들 하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다시 들썩이는 것은 물가불안을 키울 요인으로 분석된다. 시리아 이란영사관 폭격 등 중동지역 지정학적 불안 고조로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3.71달러로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중동 변수 등으로 국제유가는 상승추세로 이미 전환했다. 국내 휘발유값도 오름세로 바뀌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3월 4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값은 리터당 1639.5원으로 전주 대비 1.5원 올랐다. 4주 연속 보합세에서 상승전환이다. 통상 국제유가 상승분은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세(원화가치 하락)다. 중동불안 가중은 4월 물가불안을 키울 요인이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가 올라간 게 전체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물가는) 석유류 관련 지정학적 요인과 날씨가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체감물가 낮추겠다" 안간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농식품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장·차관이 참석했다.

정부는 2개월 연속 3%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 부총리는 "4월부터는 기상여건이 개선되고 정책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추가적인 특이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물가는 3월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3월 생활물가는 3.8% 올랐고 신선식품은 19.5% 상승했다. 물가당국의 장담에도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일상화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상승률 등 지표로 나타나는 물가 뿐만 아니라 체감물가,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관련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이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을 무제한, 무기한으로 투입하고 지원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달 내놓은 농축산물 물가안정을 위한 1500억원의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납품단가 지원금, 할인지원금)을 물가추이를 감안, 더 늘릴 방침이다. 또 납품단가 지원은 가격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지원 대상을 대형마트에서 중소형마트·전통시장 납품업체까지 확대한다.

다만 3월 물가동향에서 석유류 가격 마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진정되지 않고 있는 과일값에 매몰되기보다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를 살피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산물 물가에 지나치게 정부 역량을 투입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물가상승세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가불안 지속…깊어지는 내수침체


정부가 할인지원금에다 유통구조 개선, 식품업계 '압박' 등 전방위 정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물가는 깔끔한 하향추세가 아닌 울퉁불퉁한 흐름이다.

물가불안은 소비를 둔화시키면서 내수전반에 침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3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3.1% 늘어나고 6개월 연속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높은 체감물가에다 고금리까지 지속되면서 수출호조세가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재화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3.1% 줄면서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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