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차 '의정갈등' 지속..의대 2000명 조정 물꼬 틀까

      2024.04.08 16:35   수정 : 2024.04.08 1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와 의료계 간 의정갈등이 8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핵심 쟁점인 의대 증원 2000명의 조정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의 의대 증원 유예 의견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없고,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면서도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통일된 의견을 제시한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대증원 2000명 정책 수정 가능성은?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의료공백 사태 등 문제를 풀기 위한 의료계와의 대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원칙을 거듭 밝혔다.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중대본 1차장)은 "정부는 열린 자세로 의료계와의 대화에 임하고 있다"며 "정부는 대통령, 총리, 장관에 이르기까지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멈추고 대화에 응해달라"며 "과학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더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이 제시된다면 정부는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의사 수 부족을 고려하면 의대 증원 2000명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전공의, 의대교수,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조금씩 의견의 차이는 있지만 의대 증원 2000명은 과도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핵심 쟁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이 이처럼 엇갈리면서 의료 공백 사태는 이제 8주에 접어들었다. 상황 장기화에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회 각계에서 의대 증원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고, 정부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정부는 의대 정원 문제를 포함한 모든 이슈에서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계가 통일된 안을 도출하면 이를 두고 정부와 대화를 하고, 어렵다면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장을 만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의료계 단체들이 오는 10일 총선 이후 합동기자회견을 갖는 것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 수석은 "총선 후 합동기자회견 내용을 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선 의견을 모으려는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정부가 밝힌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얽매이지 않고, 의료계가 단일안을 제시하면 유연하게 협의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재차 설명했다.

의대증원 규모 조정? 현실적 어려움 있어

의대 증원 규모를 대화를 통해 조정해 의정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양측이 실제 대화의 장에 마주 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대 증원 2000명이 각 대학별로 분배되는 등 정책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정책을 돌이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의협 비대위는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위원회를 꾸려 증원 문제를 논의한 후 2026학년도 적용하는 것으로 논의를 하자고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대본 긴급 브리핑에서 "2000명 증원은 오랫동안 검토를 거쳐 결정한 숫자고, 그 결정을 바꾸려면 거기에 합당한 수준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통일된 안이 제시가 돼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다른 제안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실질적으로 검토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차관은 오전 중대본 브리핑에서는 의대 증원 유예 논의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를 확대 해석해 정부가 의대 증원 폭을 조정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이 해명했다.

한편 의정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증·응급 환자 대응의 핵심적 역할을 맡는 응급의사들은 의대 증원 정책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날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이 사태의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하다"며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응급실 사직을 포함한 구체적 행동을 준비할 것이고 이와 별개로 수 많은 전문의들이 자발적으로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박 차관은 "지금 응급의사들도 수요 조사를 통해 사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실력 행사를 한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더 이상 실력행사를 통해 환자의 목숨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을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하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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