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테슬라 입질' 인도서 전동화 생산 전략 가속화
2024.04.08 16:29
수정 : 2024.04.08 16: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기아가 인도 현지 생산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 공급업체를 확정, 인도 전동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 경쟁업체인 테슬라가 인도에 전기차 공장 구축을 위한 구체적 행보에 돌입함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생산 기지화 전략도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산 LFP배터리 공급 업체 확정
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이날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인도의 배터리 전문기업인 엑사이드 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셀 현지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가 인도 현지 배터리 공급 1호 업체로 낙점한 엑사이드 에너지는, 인도 납산 배터리 점유율 1위 기업인 엑사이드가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 2022년 설립한 자회사다. 엑사이드 에너지는 이르면 올해 말 전기차용 배터리셀을 선행 양산한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차·기아가 인도에서 처음 생산할 전기차에 리튬인산철(LFP)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현대차·기아는 엑사이드 에너지와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에서 양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협력하기로 했다. 인도 첫 생산 차량용 배터리의 품질 확보를 위해서다.
LFP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고 있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보다 저렴하다. "생산 단가, 품질 등 가격 대비 성능 등을 고려, LFP 탑재를 우선 고려했다"고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현지화를 통해 가성비가 중요한 인도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엑사이드 에너지와 전기차용 배터리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카용 배터리 공급까지 파트너십을 확대할 계획이다. 테슬라, BYD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 1·2위 업체들의 인도 전기차 시장 진출을 견제하는 한편, 최근 도요타 등 일본업체들의 하이브리드카 공세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2025~2026년 인도 전기차 생산 본격화
현대차·기아의 시장 점유율 약 20%로, 1위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 인도 전략형 모델인 엑스터가 '2024 인도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인도 시장에서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인도를 방문, 중장기 인도 시장 전략을 집중 점검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2023~2032년, 10년간 인도 전동화 전환에 약 4조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첸나이 현대차 공장과 더불어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에서 인수한 탈레가온 공장에 대한 전동화 투자가 속도감있게 전개될 전망이다. 현대차의 인도 전기차 생산 개시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아가 2025년부터 인도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밝히고 있는 만큼, 대략 2025~2026년께면 인도에서 전기차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3대 완성차 시장인 인도는 최근 '메이크 인 인디아'전략에 따라 자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는 업체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전동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인도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으며, 마이크론, AMD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인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는 20~3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공장 설립을 위해 이달 중으로 부지 확보를 위해 관련 인력을 파견할 예정이다. 현대차 첸나이 공장이 있는 타밀나두주를 비롯해 인도 서부의 마하라슈트라주와 구자라트주 등이 거론되고 있다. 테슬라는 소형 보급형 전기차 생산을 검토하고 있으며, 인도 내수는 물론이고,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유럽 동남부 지역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