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과일 여전히 '금값'… 중동發 유가 불확실성 '복병'
2024.05.02 18:31
수정 : 2024.05.02 18:31기사원문
■예상 부합하지만 체감은 "아직…"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다. 시장의 예상과 맞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4월 물가상승률 둔화 정도는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물가가 다시 2%대로 하락한 것은 정부가 정책역량을 집중시킨 효과가 컸다.'금(金)사과' 수준인 사과 값 등을 낮추기 위해 긴급안정자금을 투입하고 할당관세 품목을 확대했다. 4월 사과 가격은 1년 전 대비 80.8%, 배 가격은 102.9% 올랐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3월 6일 이후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은 2000억원 이상 투입됐다"고 밝혔다.
할당관세 적용을 통한 가격상승 억제에도 나섰다. 지난달 24일 정부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물가안정 관련 현안 간담회'를 열고 배추, 양배추, 당근, 포도, 마른 김 등에 할당관세를 신규 적용키로 했다. 또 대중성 어종 6종(명태, 고등어, 오징어, 갈치, 조기, 마른 멸치)은 비축물량 1960t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책효과는 물가지표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4월 농축수산물 가격 인하가 석유류 상승을 상쇄하는 형태다. 전월 대비로 4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2.4% 하락했다. 반면 석유류는 1.6% 올랐다.
지표상 2%대 후반 물가지만 체감은 여전한 '고물가'다. 통계청 공미숙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과일 값 강세에 대해 "긴급안정자금이 지원되기는 하지만 사과나 배는 저장량과 출하량이 적다 보니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로 출하될 때까지는 가격이 유지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체감물가 가늠자인 외식물가도 지난 3월 3.4%(전년동월비)에서 4월 3.0%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책역량 집중…유가 등 변수 여전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가 둔화 흐름을 재개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추세적인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지수)가 소비자물가보다 낮은 상승률(3월 2.4%, 4월 2.3%)을 보이는 등 하향 안정세라고 했다. 또 가계의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로 구성된 생활물가도 4월 3.5% 상승, 지난 3월(3.8%) 대비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는 여전히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수 있는 요인이다. 통상 유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올 1월 평균 배럴당 78.9달러였지만 3월 84.2달러, 4월 89.2달러까지 상승했다. 다소 안정세지만 지난달 장중 한때 1400원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변수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수입물가 상승은 다시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 물가흐름은) 굴곡 있는 (울퉁불퉁한) 모습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가 또 3% 이상을 찍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정책역량을 한층 더 집중시킬 방침이다. 석유류 가격 안정을 위해 4월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조치를 6월 말까지 2개월 연장했다. 알뜰주유소 가격을 시중 대비 30~40원 낮게 유지하는 방침도 내세웠다.
5월 도시가스 요금도 동결된다.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 1년 동안 동결돼 5월 인상이 유력했다. 농식품부는 과일, 채소류의 가격안정대책을 더욱 강화한다. 5월 소비 비중이 큰 참외·수박 등 제철 과채류와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사과 대체재로 바나나, 키위, 체리 등 11개 과일에 대한 직수입 할인공급은 6월 말까지 5만t가량으로 늘려나간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공정위 등을 통한 범물가안정책 시행에도 나섰다. 지난달 30일 공정위는 '민생 안정을 위한 시장감시 및 경쟁 촉진 강화 방안'을 내놨다. '시장 모니터링 전담팀'을 구성해 먹거리, 생필품, 서비스 등 민생과 밀접한 분야에서 담합이나 재판매 가격 유지 행위 등 불공정행위가 있는지 감시하는 게 핵심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