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공동대출?… 은행·보험, 2금융권 PF 구원투수 되나

      2024.05.06 18:39   수정 : 2024.05.06 18:39기사원문
이르면 다음주 발표될 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재구조화 방안을 놓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치열한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의 브릿지론·토지담보대출 정리를 두고 △PF펀드 조성 △캠코 매각 △은행·보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어떤 방안이 나오느냐에 따라 업권별로 손실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업성이 낮은' 부지들을 두고 팔아야 하는 쪽과 사려는 측의 가격협상도 진통을 겪고 있다.

■다음주 2금융권 부동산PF 구조방안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각 업권과 간담회 등을 거쳐 마련한 부동산 PF 재구조화 방안을 다음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핵심은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이 갖고 있는 사업성이 낮은 부지들에 대해 경·공매를 활성화하고, 상대적으로 우량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자금융통을 지원해 본PF 이후 단계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저축은행·상호금융권에서는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를 조성해 후순위 사업자들이 사업장을 정리할 때 손실을 덜어준다.

저축은행중앙회는 18개 저축은행이 참여하는 제2차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를 총 1640억원+α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다. 여신금융협회도 2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업계에서는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경·공매 활성화를 지원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00억원짜리 사업장이 75억원에 나오면 은행·보험업계에서 공동대출을 해줘서 매입자들이 해당 사업장을 본PF 이후 단계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재구조화를 거쳐 낮은 가격에 매각되는 사업장에 대한 자금융통을 원활히 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담당 부장들이 최근 당국 간담회에 참여해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2금융권이 캠코 펀드에 부실사업장을 싸게 넘기고, 향후 사업장을 되살 수 있도록 하는 우선매수권 또한 도입될 전망이다. 2금융권에서는 당초 땅을 사들였던 가격에 비해 매물로 내놓아야 하는 가격이 너무 낮아서 캠코 펀드 등에 내놓기를 꺼려왔다. 이런 가운데 우선매수권이 도입되면 2금융권이 '적당한' 손실을 감수하고 매각한 후 다시 사들일 수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당국 "은행·보험 구원투수 역할 해야"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각 업계에서는 매물에 대한 가격협상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본격화됐지만 매도자와 매수자의 견해차가 커서 사업장 정리가 더뎠기 때문이다.

실제 2금융권에서는 캠코 펀드에 매각하는 건 손실부담이 큰 만큼 1금융권의 적극적인 매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2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보험업계가 공동대출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적당한 가격의 사업장을 매입해서 재구조화를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고금리 장기화로 많은 이익을 낸 은행·보험업계가 부동산 PF 재구조화 과정에서도 투트랙 역할을 한다면 시장에서의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여전업계와 상호금융권에서는 손실을 감수하고 '제값보다 싼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만큼 1금융권이 적극 나서기를 바라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충분히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수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 이미 수차례 유찰을 거쳐 나온 매물인 만큼 기존보다 낮은 가격이라고 해도 사업성이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결국 팔려는 쪽과 사려는 쪽의 눈높이 가격 문제"라며 "매물을 팔아야 하는 쪽이 더 급할 수밖에 없다.
양측 간 눈치싸움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에서는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러한 '가격 이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사업성 재분류·재평가를 통해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 정확성이 높아지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시장에서 매도자와 매수자의 갭을 줄이기 위해 사업성 평가를 세분화하고, 자금 여력이 있어 매수를 하려는 측에 대한 인센티브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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