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반등 신호 켜졌는데…中企는 살얼음판

      2024.05.08 18:16   수정 : 2024.05.08 18:16기사원문
지난해 부진을 떨어낸 대기업의 약진으로 경기반등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그만큼 중소기업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는 중이다.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성장률을 거둔 지난 1·4분기 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대기업은 전년에 비해 8% 가까이 생산을 늘린 반면 중소기업은 부진했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오히려 2% 줄어든 수준을 기록했다.



견조한 고용흐름 속에서도 중소기업은 외면받는 처지다. 국내 기업의 99.9%는 중소기업이지만 종사하는 사람 숫자는 40개월째 90%를 밑돌고 있다.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가운데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올해 1·4분기 기준 전년동기 대비 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4·4분기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던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지난해 4·4분기 들어서야 1년 만에 0.1%로 미미한 수준의 상승세를 보였다. 그마저도 한 분기를 버티지 못하고 다시 하락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반면 대기업 생산지수는 올해 1·4분기 기준 111.1로 전년동기 대비 7.9% 상승했다. 지난해 3·4분기 0.7%로 상승 전환을 이룬 이후 3분기 연속 우상향 중이다. 경기반등이 가시화됐다는 평가를 받은 1·4분기의 '깜짝 성장'을 사실상 주요 대기업에서 견인한 셈이다.

고용시장 역시 대기업 위주로 재편을 겪고 있다.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300만명을 돌파했다. 반대로 중소기업 취업자 비중은 2021년에 처음으로 90% 선이 무너졌다. 이후로도 2022년 89.3%, 2023년 89.1% 등 매년 감소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는 취업자 2839만6000명 가운데 종사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는 2525만8000명으로 전체의 88.9%로, 지난해 연간 통계에 비해 더 줄어든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사회이동성 개선방안'과 '기업 성장사다리 종합대책'을 연이어 발표하며 양극화 심화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이동하는 것을 촉진해야 한다"며 "성장하는 기업의 근로자도 행복도와 삶의 질이 좋아지고, 사회적 이동성과 성장·분배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책상 우선순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자리의 질적 제고 측면에서는 중소기업의 지원을 늘리기보다 기본적인 안정성을 갖춘 중견기업에 먼저 채용 인센티브를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스타트업 위주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오히려 불안정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래 성장이 가능한 분야에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대학 연구를 중심으로 '6T' 등 미래 유망 신기술을 갖춘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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