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임원들 잇단 자사주 매입..주주가치 제고에 책임경영 '시그널'
2024.05.16 15:28
수정 : 2024.05.23 10: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주요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이 잇따라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주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정부는 물론 국내·외 주주에게 주주가치를 높이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이 올해도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경영진은 지난 2일 책임경영을 위해 자사주 14만주를 사들였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조 행장은 이날 자사주 5000주를 추가 매입하면서 자사주 총 3만주를 보유하게 됐다. 조 행장은 현재 4대 시중은행장 중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한 행장으로 꼽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 행장의 자사주 매입을 ‘책임경영’을 위한 것"이라며 "부행장 등 임원진과 영업본부장들 역시 자발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취임 이후부터 증권사·보험사 인수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비은행을 강화하는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우리은행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우리금융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 이라는 신뢰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증권사, 보험사를 계열사로 두면 금리 인하기 실적 방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양종희 KB금융 회장도 지난 3월 주당 7만7000원에 자사주 5000주를 매입했다. 양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우리사주조합 조합원 계정 포함)는 총 5914주로 늘었다.
지난달에는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이 자사주 2만주를 주당 1만2577원에 사들였다. 김 회장 외에도 JB금융 경영진 7명이 추가로 2만5708주를 매입했다.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도 지난 2월 자사주 1만주, BNK금융 경영진 67명도 약 20만주를 각각 샀다.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신한금융 주식 8551주를 보유한 데 이어 지난달 17일 신한금융지주 주식 500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KB금융지주는 양 회장의 자사주 매입 이유를 기업 가치 제고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 주가에 비해 낮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 중인 가운데,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수장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을 다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책임경영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라고 말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기업이 주식 시장에서 저평가받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기업 자사주 소각분이나 주주배당 증가분에 대해선 법인세 감면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는 "금융회사 임원진의 자사주 매입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연장선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실제 금융주의 PBR이 눈에 띄게 낮았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