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개교 12만 학생 모여 학술교류…사이버강의 장점 극대화"
2024.05.21 18:15
수정 : 2024.05.22 13:25기사원문
쉽게 말해 한국열린사이버대 학생이 서강대나 성균관대 교수의 강의를 듣고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서강대 학생도 한국열린사이버대나 성균관대 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최근 용인대 교수가 제작한 '유도의 기술'이라는 교양과목이 인기를 얻어 수십개교 학생들이 수강했다고 한다.
1997년 10개 대학으로 시작한 학술교류 컨소시엄은 현재 86개교까지 확대된 상태다. 참여한 학생은 연간 12만명, 누적 300만명에 달한다. 한국열린사이버대가 운영하는 컨소시엄이 수많은 학생들에게 '열린'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장일홍 한국열린사이버대 총장은 최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은 학술 교류를 통해 운영 예산을 절감하고 학생들은 다양한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며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없는 온라인 강의의 장점이 극대화된 사례"라며 미소를 띠었다.
■"학생관리 강화하고 강의 품질 향상"
한국열린사이버대는 국내 최초의 사이버대학으로, 올해 설립 27주년을 맞이했다. 학술교류 컨소시엄 이외에도 13개 융합학과를 자체 운영하며 약 60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장 총장이 임명된 건 2015년. 취임 당시 컨소시엄 규모는 36개교에 불과했고 재학생은 2300명에 그쳤다. 재정적으로도 상황이 좋지 않아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장 총장은 두 곳으로 이원화돼있던 학교 시설을 현재의 서울 중랑구 캠퍼스로 통합했다. 체계적인 학생 관리를 위해선 담당 조교제를 도입했고, 기존에 없었던 학생통합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학생통합관리 시스템엔 학생들의 학습 이력과 문의사항 등이 모두 기록된다.
장 총장은 "사이버대학은 학생 관리를 잘 못할 거라는 인식이 있지 않나"라며 "우리 대학은 학생들이 수업을 2주 정도 불참하면 상담 조교가 전화를 해 상황을 살핀다. 학습 시 어려움에 대해선 학습 컨설턴트가 있어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장 총장은 교육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확대했다. 현재 한국열린사이버대는 한 과목당 약 5000만원의 비용을 들여 75분짜리 영상 강의를 13~16개씩 제작하고 있다. 이렇게 제작된 강의 과목은 총 3000여개에 달한다. 사이버대학의 온라인 강의가 통상적으로 3년에 1번씩 다시 만들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한 것이다.
한국열린사이버대는 3500여개 국내 기업 및 공공기관과 산·학·연·관 협력을 맺고 실무중심 융합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장 총장은 "산업체와 협력을 통해 취업 연계 지원을 강화했다"며 "학습 환경이 좋지 않은 군인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군학습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버대 정원 확대되어야"
장 총장은 최근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법안(원대협법) 국회통과 추진위원회에 위원장으로 참여했다. 원대협법은 사이버대학의 협의체인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를 법적 기구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장 총장은 "사이버대학은 법적 기반이 부족해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등교육 정책 수립 과정에 사이버대가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선 원대협법이 반드시 국회에 통과되어야 한다. 위원회 활동을 통해 사이버대학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총장은 사이버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가능성에 비해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재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연간 재교육을 필요로 하는 인원이 300만~400만명에 달한다고 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많은 사람들의 재교육을 담당할 곳이 사이버대학 말고 어디 있나"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버대학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상태. 자체적으로 제도 개선안을 만들어 정부에 제안해도 반응은 미적지근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장 총장은 사이버대학의 모집 정원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외국에선 사이버대학의 정원 규제가 거의 없다. 현재의 정원 규제는 오프라인 대학 기준으로 제도가 짜여 있기 때문"이라며 "사이버대학의 장점은 물리적 제약이 없다는 것인데 왜 정원 규제가 필요한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이버대학 정원과 외국인 유학생 비자 규제를 완화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기회만 제공된다면 사이버대학이 국·내외에서 발전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