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 새 엔진 개발·개선 적용에 문제 추정
2024.05.28 14:04
수정 : 2024.05.28 14:04기사원문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체 발사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 기존 발사체 성능을 개선하다 실패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28일 군에 따르면 북한이 전날 오후 10시 44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쏜 군사정찰위성 발사체는 2분 뒤인 10시 46분쯤 북측 해상에서 폭발로 보이는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됐다.
이날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발사체가 초기에 공중폭발한 점과 북한 측의 발표 등을 근거로 "(북한의 원인 분석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러 기술 제공 추정...신형 로켓 1단 발사체 폭발 문제 발생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도 정찰위성을 발사 시도 1시간 30여 분 만에 "군사정찰위성 발사 과정에서 신형 로켓 1단이 비행 중 공중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발사 실패를 자인했다. 그러면서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의 동작 믿음성(신뢰성)" 문제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의 발사체 개발사에서 관측되지 않은 로켓 추진 산화제로 쓰이는 액체산소, 연료로 케로신(등유) 사용에 문제가 있었단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 1호기의 우주궤도 진입을 성공시켰던 엔진이 아닌 교체된 신형 엔진의 문제가 발생했단 얘기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스스로 '초보적인 결론을 내렸다'라는 얘기를 했는데, 그들 스스로도 분석하기에 상당히 난해한 점이 있는 것 같다"라며 "우리도 (발사체가) 초기에 폭발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고, 현 단계에선 연소계통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정도의 추정만 할 수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북한이 지난해 11월 쏜 정찰위성 1호기의 발사체 '천리마-1형'은 북한이 내세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들어가는 기존 '백두산 엔진'을 적용, 구소련의 RD-250 엔진을 모방해 만들었다.
액체산소와 케로신 조합 분야의 선진국은 러시아다. 나로호·누리호 엔진 역시 러시아와 기술 협력을 토대로 이런 방향을 채택했다.
북한 미사일 개발사가 러시아제 모방의 역사이고, 최근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았다면 액체산소·케로신 조합 또한 러시아의 강화된 지원 과정이 있었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기술진이 북한에 들어가 발사체 개발을 지원했다고 해도 개발 기간으로 부족하며, 검증 없이 위성을 탑재해 실제 발사에 도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공언…연내 3기 발사계획 차질 가능성
북한은 이번 군사정찰위성 발사체 발사 시도 실패 후 이를 즉시 인정했지만 재발사를 예고하진 않았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체가 폭발한 뒤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원인으로 될 수 있는 문제점들도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언제 재발사를 시도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통상 발사에 실패하자마자 곧바로 재시도 계획을 밝혔던 지난해보다 달라진 태도다.
이는 북한으로서도 새로운 연료체계를 도입하면서 이번에 발생한 로켓 폭발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5월 31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처음으로 실패했을 때는 "여러 가지 부분시험들을 거쳐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8월 24일 두 번째 발사에서도 실패했을 때는 "오는 10월에 제3차 정찰위성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시점까지 명시하면서 재발사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발사에 실패하면서 북한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천명한 '올해 중 정찰위성 3기 추가 발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 일각에선 "1단 엔진 불안정성 해소를 위한 기술 보강에 최소 3∼6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은 이번에 액체산소·케로신 조합의 연료체계를 러시아의 기술적 지원을 받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도 조정될 수 있다는 정치적 변수도 거론되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