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에도 남녀평등 있을까?
2024.06.01 07:00
수정 : 2024.06.01 07:00기사원문
신은 남녀에게 공평할까. 특히 모발에 대해서는 여성을 더 사랑하고, 남성은 덜 사랑하는 듯하다. 여성에게는 탈모 걱정이 거의 없다.
유전 정보를 유전자 형태로 전달하는 인간의 염색체는 모두 23쌍이다. 22쌍의 상염색체와 1쌍의 성염색체로, 남성과 여성은 1쌍의 성염색체로 결정된다. 여성은 X가 두 개, 남성은 X와 Y 각 하나씩이다. 여성 염색체는 이중구조다. 하나의 X세포에 이상이 발생하면 다른 하나가 보완하게 된다. 반면 남성은 안전장치가 없다. X나 Y나 세포에 변수가 생기면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된다. 나이가 들수록 이상 세포가 증가하고, 질병 위험이 높아진다. 보완 장치가 없는 남성의 질환 위험은 여성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모발 건강에 좋지 않은 요소는 영양 불균형, 심한 다이어트, 환절기, 출산, 스트레스, 질환, 약물 등 다양하다. 탈모 유전인자는 머리카락 성장과 유지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면 모발 탈락으로 나타난다. 즉 탈모의 필요조건은 유전인자, 충분조건은 환경이고, 유전인자와 환경이 결합할 때 비로소 완전조건이 된다.
탈모의 완전조건은 남성은 쉽게 충족되는 반면에 여성은 거의 조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탈모 유전인자를 받고 태어난 남성은 대머리 위험이 극히 높다. 하나인 X염색체에 탈모 유전인자가 실리고, 발현 조건 환경에 탈모가 서서히 진행된다.
유전형 모발 탈락은 이마에서 머리 위쪽 양 측면으로 진행하는 M자 형태가 일반적이다. 또 정수리의 모발 빈도가 낮아지는 O자형 병행도 많다. 심하면 이마부터 정수리까지 고속도로나 KTX 고속철처럼 뻥 뚫리게 된다.
반면 여성은 같은 경우라도 대머리가 거의 없다. 그저 머리카락이 약간 빠지는 정도에 머문다. 이는 여성에게는 X염색체가 2개인 덕분이다.
남성은 X염색체 1개에 탈모인자가 있을 경우 거의 대머리가 되지만, 여성은 보인자에 머물기 때문이다. 보인자는 유전인자는 갖고 있으나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사람이다. 여성이 대머리가 되려면 X염색체 2개 모두에게 탈모 유전인자가 실려야 한다.
또 성호르몬도 변수다. 인간은 생존과 종족 보존 방향으로 진화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남성은 많은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호르몬 분비로 성적 매력과 강함을 과시하게 되었고, 여성은 젊고 건강하며 여성성을 돋보이게 하는 에스트로겐(estrogen) 분비가 늘었다.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은 남성의 10~20%에 불과하다.
그런데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중 약 5%는 모낭에 있는 5알파 환원효소(5α-reductase)를 만나 탈모 유발 호르몬인 DHT(dihydrotestosterone)로 전환된다. DHT가 모근의 안드로겐 수용체에 부착되면 모근 세포의 단백질 합성과 혈액순환이 어렵게 된다. 안드로겐 수용체는 안드로겐을 수용하는 단백질로 테스토스테론과 DHT 수용 작용을 한다. 이로 인해 영양분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모근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또 모낭의 기능이 떨어짐에 따라 피부 밖의 머리카락 줄기도 점점 가늘어지면서 탈락하게 된다. 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모발 성장을 촉진한다.
인간의 성 염색체와 성 호르몬 작용은 남성에게는 탈모 고민을 남겼다. 그러나 여성에게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걱정을 면하게 했다. 탈모 유전인자와 인간 진화로만 볼 때 신은 남성보다 여성을 사랑했다고 볼 수 있다.
/황정욱 모제림성형외과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