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기부했으니 봐줘라" '음주 뺑소니' 선 넘은 김호중 팬심 논란
2024.06.04 05:58
수정 : 2024.06.04 05: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음주 뺑소니 등 혐의로 구속된 가수 김호중(33)의 팬이 "최근 4년간 100억원 기부했으니 선처해 달라"는 온라인 청원 글을 작성해 논란이다. 해당 주장과 관련한 금액 중 4분의 3에 해당하는 75억원 규모가 '김호중 앨범 보내기' 방식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4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김호중의 공식 팬덤 '아리스'는 2020년 4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약 4년간 기부한 총액을 97억1260만원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75억원어치가 김호중의 정규 2집 앨범 '파노라마' 52만8430장이었다. 앨범 1장당 약 1만4190원으로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앨범은 총 685곳에 기부됐다. 아리스는 기부처를 정확하게 밝히진 않았다. 다만 기부를 받는 기관 입장에선 앨범 기부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의 팬이 아니면 앨번은 쓸모가 없어 소외계층 등에 일반적으로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호중 팬덤이 현금으로 기부한 액수는 "100억원 기부했다"는 주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는 않았다. 현금 기부 내역은 튀르키예 지진 복구 지원 유니세프 성금(2억2500만원), 수재민 돕기 희망브리지 성금(3억5100만원) 등이었다.
또 앞서 KBS 시청자 청원 홈페이지에는 "김호중 팬들이 지금까지 4년간 100억원 가까이 기부했으니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A씨는 "김호중의 천재적 재능을 아깝게 여겨야 한다"며 "법에선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사회는 (김호중을) 한 번은 보듬고 안아줘야 하는 관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김호중은 어렸을 때 불안한 가정환경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았고, 성인이 돼서도 그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 줄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이 (주변에) 없었다"며 "그가 저지른 죄는 밉지만, 그의 곁에서 옳고 그름의 판단을 도왔을 진실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게 너무도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호중 팬들이 약 100억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할 수 있었던 것은, 김호중이란 이름의 선한 영향력 덕분"이라며 "그가 지금까지 아티스트로서 사회를 향해 선한 기부를 한 일을 정상 참작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호중은 지난달 9일 밤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벤틀리 차량을 운전하다, 중앙선을 넘어 정차 중이던 택시를 들이받고 현장에서 도주했다.
사고 당시 김호중 매니저는 김호중과 옷을 바꿔 입은 뒤 경찰에 "내가 운전했다"며 허위 자수했다. 또 소속사 관계자들은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하기도 했다.
당초 김호중은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난달 19일 음주운전 사실을 자백했다. 경찰은 소속사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것으로 보고, 김호중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호중은 지난달 24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김호중과 그의 소속사 관계자 등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