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국민을 볼모로 잡은 의사들

      2024.06.11 19:37   수정 : 2024.06.11 19:59기사원문
의료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결국 의료계의 집단휴진으로 이어지게 됐다.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지만 결국 아픈 국민들이 대정부 투쟁의 볼모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2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해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정책 발표가 나온 이후로 정부와 의료계는 입장차를 한 치도 좁히지 못하고 공회전만 지속했다.



1만명 넘는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 아직도 대부분 돌아오지 않고 있고, 한국의 의료생태계에서 대표성이 있는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물론 수많은 동네병원 의사들을 비롯해 모든 의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집단휴진을 외치며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의 백지화,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를 주장하고 있다.

의대정원이 확정됐고, 대학별 입시요강이 나온 상황에서 의대 증원을 물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기계적 법 적용을 고수하던 정부가 사직서 수리 전에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중단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음에도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는 주장 역시 '법치주의' 원칙상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다.

정부가 의료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남은 것은 집단휴진뿐이다. 오는 17일부터는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집단휴진에 나서고, 18일 의협을 중심으로 총궐기대회가 전개되고 동네 병·의원까지 참여하는 집단휴진이 이어진다. 얼마나 많은 의사들이 참여할지 알 수 없지만 환자들의 불안과 불편은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정부와 대치하는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지금껏 곱지 않았으나 실제 집단휴진 사태가 벌어진다면 인심은 더욱 의사들을 떠나게 될 것이다.

'무너지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불편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하지만 그 말 속에서 대부분의 국민은 대한민국의 의료를 위한 의사들의 '충의'를 읽기보다는 아픈 국민을 대정부 투쟁의 도구로 삼을 수 있다는 논리를 더 크게 받아들일 것이다.


아픈 국민을 볼모로 잡는 투쟁이 성공을 거두려면 얼마나 많은 국민이 불편을 겪어야 할까. 계산조차 되지 않는다.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설령 성공을 하더라도 사회 전반에 큰 상흔을 남기게 될 것이다.
정책을 저지해야 하는 의료계의 절박함도 있겠지만 집단휴진 투쟁은 국민과 의료계의 신뢰 관계에만 찬물을 끼얹게 될 공산이 크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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