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 결국 파산 보호 신청
2024.06.19 00:19
수정 : 2024.06.19 05:48기사원문
전기차 스트타업 피스커가 결국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예상과 다른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와 성장성이 더뎌진 전기차 시장 내 극심한 경쟁 속에 결국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로 출범 7년째인 미국 캘리포니아의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는 시장에 전기차를 출시한 지 약 1년 만에 파산 보호 신청에 나섰다.
경쟁 심화·수요 부진
전기 픽업트럭 업체 로즈타운 모터스, 전기 버스 업체 어라이벌에 이어 전기차 스타트업 파산 보호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전기차 업체들은 최근 하이브리드에 밀리면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자 투자 연기나 비용 절감 등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들어갔다.
피스커는 지난해 여름 자사 첫 모델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오션을 출시했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이미 전기차 시장이 냉각 조짐을 보이면서 전기차 공급 초과 흐름이 나타난 상태였다.
테슬라의 성공신화를 이어가려던 피스커는 결국 첫 모델을 출시한 지 약 1년 만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피스커를 비롯한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초기에는 호기롭게 출발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전기차가 결국 거의 모든 내연 기관자동차를 대체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 속에 이들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막대한 자본을 끌어들였다.
적자 영업 속 자금난
그러나 전기차 신차 개발과 생산설비 구축, 판매 거점 등을 마련하는데 막대한 돈이 들어갔고 테슬라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전기차 업체들이 여전히 적자다. 전기차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피스커는 자금난을 완화하기 위해 대형 자동차 업체 한곳과 접촉해 투자 가능성과 합작 생산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난 3월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피스커는 투자자들로부터 확보한 10억달러 넘는 현금을 이미 거의 소진했고, 핵심 투자자들 채권도 디폴트(채무불이행)했다.
피스커는 연초 딜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추진했으나 이 역시 판매 신장에 도움이 못됐다. 수천대 재고를 안고 결국 파산 보호 신청을 선택했다.
피스커는 지난해 오션SUV를 1만대 넘게 생산했지만 절반 수준인 4900대 정도만 고객들에게 인도했다.
전기차 업계의 애플
피스커는 당초 전기차 업계의 애플을 꿈꿨다.
자체 생산 시설 없이 제품 설계만 하고 생산은 하청에 맡기는 애플처럼 피스커도 전기차 설계만 하고 생산은 외부 업체에 하청을 주는 방식을 택했다.
하드웨어 대신 소프트웨어에 집중해 차별화한다는 전략이었다.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마그나 인터내셔널이 피스커 전기차를 생산하고, 배터리는 중국 CAT에서 납품한다.
성과가 없지도 않았다.
피스커의 오션SUV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약 580km를 달릴 수 있다.
오션은 설계상도 받았고, 가격 역시 대당 4만달러(약 5500만원)가 안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에 주력하겠다던 전략과 달리 오션SUV는 소프트웨어 문제가 많다는 지적들을 받으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전미 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은 현재 오션이 제동 성능이 떨어져 브레이크를 밟아도 밀린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에 관해 조사 중이다.
피스커 설립자인 피스커는 전기차로 이번에 두 번째 파산 보호를 신청하게 됐다.
그의 첫 전기차 업체는 '피스커 자동차'였다.
그러나 피스커 자동차는 배터리 공급업체와 문제, 또 허리케인으로 인해 당시 출시한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카르마 300여대 침수 등의 타격을 받고 2013년 파산 보호를 신청한 바 있다.
피스커 주가는 이날 55% 폭락해 0.0204달러로 추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