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은 아파트 부순 日건설사, 이유가 "후지산 가려서"

      2024.06.19 15:23   수정 : 2024.06.19 15: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일본의 한 건설사가 아파트 완공을 앞둔 새 아파트를 철거하기로 했다. 후지산을 가린다는 주민 항의가 이어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18일 일본 아사히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건설사 세키스이하우스는 지난 4일 도쿄 구니타치시의 맨션 '그랜드 메종 구니타치 후지미 도오리'에 대한 사업 폐지를 내고 철거에 돌입했다.



해당 맨션은 후지산에서 직선거리로 약 75㎞ 떨어져 있다. 아파트 유리는 통창으로 돼 있으며, 후지산 전경을 직접 감상할 수 있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 맨션은 건설 초기부터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후지산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21년 주민들이 참여한 마을 심의회에서 맨션이 후지산을 가려 조망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2022년 3, 4월 주민들은 아파트 규모를 기존 계획의 절반 수준인 4층 이하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건설사는 "사업성 압박"이라고 맞서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그러나 건설사 측은 당초 11층 36m로 계획했던 건물을 10층 30.95m로 낮추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지난해 1월 착공해 완공을 앞두고 있던 맨션에 18세대가 입주할 예정이었으나 건설사는 후지산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 돌연 맨션을 철거하기로 했다.

세키스이하우스 측은 "경관에 큰 영향을 미쳐 경관을 우선시하기로 했다"며 철거 이유를 밝혔다. 이는 건축법상 어긋나진 않지만 지역 사회의 뜻을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건설사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키스이하우스는 입주 예정자들에 대한 현금 보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맨션은 한 채에 7000~8000만엔(약 6~7억원)에 분양됐다.
입주 예정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분양대금이 14억4000만엔(약 126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법에 따라 위약금 10%와 손해배상 비용 등까지 더해지면 건설사는 수백억원 가량의 경제적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세키스이하우스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일본 언론은 부정적인 여론으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는 게 더 큰 손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에 경종을 울릴 사례로 평가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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