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잔액, '마의 40조원' 돌파했다..."상환부담 가중, 연체율 상승 우려"
2024.06.21 14:31
수정 : 2024.06.21 14: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카드론 잔액이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섰다. 카드사들이 수익 창출 수단 감소로 인해 카드론에 집중하는 데다가, 대출 수요자들 역시 줄어든 대출 창구의 영향을 받아 카드론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한·KB국민·삼성·롯데·현대·하나·우리·BC카드·NH농협 등 9개 카드사 카드론 잔액이 40조518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39조9644억 원)보다 5541억원 늘었으며, 전년 동기(37조7684억원)와 비교하면 2조7502억원이나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22년 4월과 비교했을 땐 4조290억원이 불어났다.
카드론이 이처럼 급속도로 증가한 요인 중 하나로는 카드사들의 업황 악화가 거론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계 카드사들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을 높일 만한 요인이 없다 보니 카드론 공급을 줄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정치권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인해 2007년부터 총 14차례 인하돼 왔다.
서민들도 현재 카드론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저축은행 등 타 2금융권에서는 저신용자에게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4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18조4000억원으로 전년(약 23조4200억원) 대비 5조원가량(21%) 줄었으며, 같은 기간 신용점수 501∼6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민간 중금리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수는 11개사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1·4분기(17개사) 대비 6곳 감소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인 신용대출과는 달리 은행을 방문하거나 담보 및 보증, 서류제출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신용카드 인증만으로 신청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은 카드론에 서민들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카드론에 과도한 수요가 몰리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카드론 금리가 계속해서 높아질 경우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커져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카드사들이 금리가 높았을 당시 조달했던 자금이 많아 그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카드론 금리를 낮추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카드론은 단기간에 만기가 돌아오기에 갚기 어려운 특성도 있고, 복수의 카드로 '돌려막기'를 했던 차주들에게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및 이들에 대해 쌓는 카드사 충당금의 영향으로 돌려막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드론 쏠림 현상이 지속될 경우 향후 카드사들의 건전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연체가 오래될 경우 고정이하여신으로 잡혀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데, 이로 인해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자금조달 비용도 올라가며 카드사들의 조달 여건 및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편, 카드론 연체자를 대상으로 상환할 자금을 다시 빌려주는 카드론 대환대출도 지난달 1조9105억원으로 집계돼 지난달(1조8353억원)보다 752억 원 증가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특히 취약차주가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도 증가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같은 기간 9개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2816억 원으로 전월(7조3175억 원)보다 359억원 줄었다. 결제성 리볼빙은 신용카드 결제금액 일부를 변제하고 나머지 결제금액을 이월하는 제도로, 광고 문구 개선 등 금융당국 규제 강화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