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교대로 분주한 딜링룸… 우려했던 환율 급등락 없었다

      2024.07.02 18:58   수정 : 2024.07.02 18:58기사원문
#. "기존에는 장이 닫힌 야간시간대 NDF 역외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호가는 1원 이상 차이가 났다. 지금은 살 때와 팔 때 원·달러 환율 호가 차이가 10전(0.1원) 정도로 줄었다. 이를 업계에서는 '붙어있는' 상황이라고 부른다.

아직 첫날이라 장담할 수 없지만 긍정적이다."(우리은행 나지영 외환시장운용부 부부장·FX딜링팀장)

지난 1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불은 꺼지지 않았다.
우리은행 외환시장운용부 직원들은 퇴근을 미룬 채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기존 오후 3시30분이었던 원·달러 거래 마감시간이 다음날 새벽 2시로 연장된 첫날인 만큼 딜러들은 혹시 모를 환율 변동성에 유의하며 장 상황을 지켜봤다.

서울외환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약 13조원(100억달러)에 달한다. 이날 현물환 시장에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외국계은행과 지방은행이 참여했다. 은행과 증권사 등 국내 기관들이 거래를 이끌었다. 거래시간 연장 첫날 거래량이 줄어든 틈을 타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실제 거래에서 환율이 큰폭으로 변동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2일 새벽 2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인 1376.7원 대비 7.4원 오른 1384.1원에 거래 마감했다.

우리은행 이창섭 외환시장운용부 과장은 "우리은행은 2교대로 근무하며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상황에 대응한다"면서 "오늘 낮에 육아를 마치고 오후 6시에 출근했다"고 말했다. 총 30명으로 구성된 외환시장운용부는 거래시간 연장으로 늘어난 업무량에 맞춰 거래인력 4명을 충원했다.

특히 서울외환시장이 런던시장이 열리는 새벽 2시까지 연장되면서 기업 입장에서 선택권이 더 넓어졌다. 세일즈를 담당하는 딜링룸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역외거래만 가능하던 시간대에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터지면 다음날 장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었다"면서 "예를 들어 시장 개입을 주로 밤 시간에 하는 일본 재정당국 패턴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근원물가지수 발표 등이 예정된 날에 시장 상황에 맞춰 미리 원화를 내다팔거나 엔화 판매 시점을 늦추는 등 선택지가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폴란드, 헝가리,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이머징 마켓(신흥 시장)의 통화들은 런던시장이 열려야 거래가 활발해진다"면서 "시장 선진화로 런던 개장시간에 관련 국가에 수출한 뒤 대금을 현지통화로 받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보다 좋은 가격에 세일즈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시장 참여자인 시중은행 등은 지난 2023년 2월 외환거래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외환거래시간 연장을 공식적으로 준비했다. 시범운영만 12차례 열었다. 외환시장 연장 첫발을 뗐지만 국제 외환거래 스탠더드로 정산 관행을 맞추는 것이 당면한 숙제다.

외환시장 업계 관계자는 "당일 거래 당일 자금정산 관행의 개선, 거래시간 24시간으로 확대, 딜러 양성 등 외환시장 선진화의 숙제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면서 "특히 국제적인 외환거래의 표준인 이틀 뒤 정산에 맞추는 관행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주요 기관들이 갖춘 '팔로우 선 시스템'의 정착도 과제로 꼽힌다.
딜러의 건강과 컨디션 등을 고려해 24시간을 3등분해 낮시간인 주요 거점도시를 따라 데스크 권한이 이동하는 시스템이다. 뉴욕에서 8시간 데스크를 본 뒤 시드니로, 다시 런던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나지영 우리은행 FX딜링팀장은 "지난 수년간의 준비 끝에 일단 새벽 2시까지 거래시간을 연장한 만큼 우리 외환시장도 연장시간대 거래활성화로 시장이 좀 더 두터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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