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남은 파리 올림픽 벌써 김샜나? '덥고, 비싸고, 불안해'
2024.07.06 05:00
수정 : 2024.07.06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달 100년만에 올림픽을 개최하는 프랑스 파리가 예상보다 썰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섭씨 40도의 폭염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너무 비싼 물가와 치안 불안 때문에 파리에 갈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대보다 관광객 적을 수도...너무 비싸
인도 매체 와이온 등 외신들은 4일(현지시간) 스페인의 여행 전문 시장정보업체 포워드키스의 항공편 추적 정보를 인용해 이번 올림픽 기간에 파리로 향하는 관광객 숫자가 이전 올림픽에 비해 적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브라질에서 열린 2016년 리오 올림픽의 경우 개막 전 비슷한 시기에 항공권 예약이 전년 보다 115% 증가했다. 코로나19 봉쇄가 한창이던 2020년 일본 도쿄 올림픽 당시에도 개막 전부터 항공권 예약이 20% 늘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 KLM항공이 포함된 항공 지주사 에어프랑스-KLM그룹은 1일 성명에서 파리행 승객 숫자가 올림픽을 앞두고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해 적다고 설명했다. 그룹은 자회사인 저가항공사 트랜스아비아의 예약 상황을 들어 프랑스에 가려고 했던 승객들이 올림픽 이후로 방문을 미루거나, 휴가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7~8월까지 매출이 1억6000만∼1억8000만유로(약 2389억~2687억원) 감소한다고 예상했다. 에어프랑스-KLM은 올림픽이 끝난 뒤, 8월 말부터 9월 사이에 파리로 가는 승객이 회복된다고 내다봤다.
관광객 감소는 숙박 업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프랑스 컨설팅업체 MKG는 올해 들어 파리 호텔 예약 건수가 감소세라며 6월 호텔 매출 역시 2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치들은 올림픽 기간에 1500만명의 파리 방문을 주장한 관광 당국의 예측과 거리가 있다.
외신들은 관광객이 파리를 찾지 않는 첫 번째 이유로 물가를 꼽았다. 프랑스 당국은 올 여름부터 파리의 유명 관광지 입장료를 일제히 올린다고 예고했다. 동시에 올림픽 기간에는 관광객 역시 교통 혼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을 일시적으로 약 2배 인상하기로 했다. 관광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림픽 기간에 파리 시내 평균 숙박료는 1박에 342유로(약 51만원)로 전년 동기대비 70% 올랐다. 4성 이상 고급 호텔의 경우 1박에 1000유로(약 149만원)짜리 방도 등장했다. 이에 프랑스와 인접한 영국의 한 관광객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낮에 프랑스에서 경기를 본 뒤 야간버스로 런던에 돌아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숙박 부담이 커지자 호텔보다 비교적 저렴하다고 알려진 주택 공유 서비스 '에어비엔비'의 숙박 예약 일수는 올림픽 기간에 전년 동기 대비 400% 증가했다.
돈 있어도 치안 걱정, 선수도 고생
또 다른 원인은 치안 문제다. 파리에서는 지난 2015년 연쇄 테러로 130명이 사망했으며 프랑스의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지난 3월 발표에서 2015년 이후 프랑스에서 74건의 테러 모의가 무산되었다고 말했다. 로랑 누녜스 파리 경찰청장은 지난달 21일 “이슬람 테러는 우리의 중요한 관심사”라며 “아직 올림픽과 프랑스에 대한 명확한 위협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5월 말 생테티엔에서 올림픽을 겨냥한 테러를 계획하던 두 명이 체포된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테러가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 파리에서는 지난 2018~2019년 '노란조끼' 시위로 도심 일대가 혼란에 빠졌다. 1월에는 농산물 정책에 반대하는 농민들이 파리 주변을 봉쇄했다. 지난 2월에는 파리 리옹역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지난 3월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 1005명 가운데 정부의 올림픽 치안 능력을 신뢰한다고 밝힌 비율은 29%에 불과했다.
영국의 호화 여행사 글로벌트래블모먼츠는 지갑에 여유가 있는 고객들도 치안을 이유로 파리 방문을 미룬다고 지적했다. 글로벌트래블모먼츠의 던컨 그린필드 터크 여행 디자인 대표는 "사람들이 현재 여행 환경을 피하고 있다"며 지난달 조기 총선에 따른 정치 불안을 언급했다. 현지에서는 극우 세력이 기록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일부 호화 여행사들은 파리 외곽의 다른 관광지에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른 여행 업계 관계자들은 유럽 특성상 올림픽 직전에 차량이나 철도를 이용하는 관광객을 감안해야 한다며 관광객 감소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올림픽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진행하면서 전용 경기장 외 파리 곳곳의 기존 시설에서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시 당국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센강에서 일부 수영 경기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수질이 너무 나쁘다는 비난을 받았다. 시 당국은 4일 발표에서 지난달 24일~이달 2일 검사 결과 센강의 수질이 수영 가능할 정도로 좋아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프랑스는 이번 올림픽을 친환경 행사로 기획하면서 선수촌에 에어컨 대신 지하수 냉각 시스템을 설치했다. 또한 선수촌 식단에 고기를 크게 줄이고 채식주의자 식단을 확대했다. 올림픽 주최측은 폭염에 에어컨도 없이 지낼 수 없다는 참가국의 반발에 결국 지난 2일 참가국이 사비로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해도 된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