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특화점포·생명보험청구권 선제대응으로 초고령화 자산관리시장 선도"
2024.07.09 16:37
수정 : 2024.07.09 16: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30년 65세 이상 인구 1300만명 시대, 시니어 세대의 6400조원 자산을 아우를 수 있는 관리 서비스는 신탁입니다. 십 수년간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니어 세대가 일궈낸 성공과 가치를 온전하게 손님의 뜻대로 물려주고 관리합니다."
유언대용신탁 수탁잔액 3조3000억원으로 전체 3조4000억원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하는 하나은행은 '신탁명가'로서 내실을 다지고 있다.
이재철 하나은행 신탁담당 부행장은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신탁은 기존 틀에 맞춘 정형화된 기성복같은 상품이 아니라 개인의 수요에 맞춰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는 금융분야"라며 "고령사회에서 시니어 세대를 아우르고 케어할 수 있는 영역이 필요한데 금융에서는 신탁이 딱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특히 하나은행의 유언대용신탁은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 자산관리 및 상속증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부행장은 "자산을 이전해주는 방법 중 유언장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 형식이 하나만 잘못돼도 유언장으로서 효력을 잃게 된다"면서 "70세 이상 자산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이 이뤄낸 성공과 자산을 온전하게 자신의 의지와 뜻대로 물려주고 싶다는 니즈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자산관리부터 상속증여까지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하는 유언대용신탁을 '리빙트러스트'로 브랜딩해 14년 간 이어오고 있다.
현재 3조4000억원 규모인 유언대용신탁은 금융 분야에서는 흔치 않은 '블루오션' 시장이다. 이 부행장은 "2030년에는 65세 이상이 보유하는 자산이 6400조원이라는 추정치가 있다. 엄청난 부호가 아니라도 내 자산을 내가 원하는 사람한테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줄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짚었다.
하나은행이 전체 유언대용신탁 수탁잔액의 97%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하는 이유는 '경험 노하우'에 있다. 지난 14년간 은행원뿐 아니라 세무사·회계사·부동산전문가 등 충분한 인력을 갖췄다. 현재 110여 개 외부 업체들과 제휴를 맺어서 외부 전문가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제휴를 기반으로 세무법인과 부동산 신탁사 등이 개인에게 맞춤형 신탁 솔루션을 제시한다.
하나은행은 내실 다지기에서 나아가 신탁시장의 미래에 한발 앞서 대비하고 있다. 유가증권 의결권 규제 완화, 생명보험 청구권 수탁 허용을 예상하고 관련 사업 모델을 검토 중이다.
특히 수탁가능한 재산 범위에 생명보험 청구권이 포함되면 약 800조원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로 부모 중 한 명이 사망할 경우 어린 아들에게 생명보험금이 돌아가도록 보험 계약이 되어 있다면, 하나은행에서 아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관리를 해주고 그동안 불린 보험금을 돌려주는 식이다. 이 부행장은 "유언대용신탁·종합재산신탁·생명보험 청구권 신탁 등 앞으로 확대될 부분을 준비하면 신탁은 충분히 미래의 먹거리,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특정금전신탁 외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은 크지 않다. 은행들에 신탁 수수료, 자문료를 내는 것에 대해 금융소비자가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나은행 또한 유언대용신탁 등 신탁사업으로 당장의 이익을 내기보다는 2·3세대 손님까지 하나은행 주거래고객으로 유입하고 이를 통해 부수 거래 수입이 창출되는 등 '긴 안목'으로 신탁사업에 접근하고 있다.
신탁업이 발전하고 은행의 먹거리, 금융소비자의 자산관리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투자일임업 허용도 필요한 부분이다. 하나은행에서도 '자산관리 보수'에 대해 시범 사업을 해보려고 한다. 손님이 맡기는 자산에 따라 관리 보수를 도입하는 시도다.
이 부행장은 "하나은행은 손님이 꼭 필요한 부분을 신탁을 통해서 케어하려고 한다"면서 "재해재난 성금의 경우 성년후견제도, 은행 신탁을 통해서 수혜자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재산을 관리하는 등 ESG 구현도 신탁을 통해서 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