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폐업 하면 은행에 '원금 감면' 요청할 수 있다...개인채무자보호법 모범규준 윤곽
2024.07.10 16:51
수정 : 2024.07.10 18: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돈을 빌린 차주가 실직이나 폐업 할 경우 은행 등 금융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오는 10월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은행 등 금융사들은 채무조정내부기준 모범규준(best practice)에 맞게 채무조정 전담조직·성과지표를 마련할 계획이다.
■"실직, 폐업하면..원금·이자감면 요청 가능"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금융당국은 개인채무자보호법 채무조정내부기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모범규준을 검토하고 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최초 약정금액 3000만원 미만 가계대출 및 개인사업대출에 대해 차주들이 금융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권리를 명시한 게 핵심이다.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모범규준 초안에 따르면 차주는 △실직 △폐업 △질병 및 사고 △소득 감소 등을 사유로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회사원이 직장을 잃거나 자영업자가 가게 문을 닫는 경우 은행에 채무조정을 선제 요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채무조정을 신청할 때는 △직업 △월평균 소득 △월평균 생계비 △타 금융사 대출 상환액(금융비용) △가용소득 등의 기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차주는 △상환 유예 △만기 연장 △이자율 인하 △원금 감면 등 총 4개 항목에 대해 구체적으로 채무조정을 요청해야 한다. 대출 만기가 24개월 남았다면 36개월로 연장을 요청하거나, 이자율이 10%인 경우 5~6%로 인하해달라는 차주의 '희망사항'을 제시하는 것이다. 대출 원금을 1000만원에서 950만원으로 줄이는 원금 감면도 요청 가능하다.
은행 등 금융사는 채무조정내부기준에 따라 심사를 거쳐 10영업일 이내 심사결과를 안내하도록 했다. 이미 채무조정을 받은 차주가 상환능력에 현저한 변화 없이 채무조정을 요청한 경우, 금융사 내부기준 심사결과 '거절'인 경우에는 금융사가 채무조정 신청을 거절할 수 있다. 채무조정 신청을 받아들이면 조정 전후 원금, 비용, 이자, 연체이자, 이율 변화와 변제계획을 담은 채무조정서를 차주에게 통지하게 된다.
■銀, 전담인력 확충·성과지표 개선 해야
모범규준에는 채무조정내부기준 운영을 위한 전담조직과 인력을 갖추고, 성과지표 또한 이에 맞게 개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간 은행에서도 자체적 기준에 따라 채무조정을 해왔는데 관련 업무를 하는 임직원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위한 조치다. 금융업에 3년 이상 종사하고, 전문성·윤리성을 갖춘 임직원이 채무조정을 전담하게 된다. 모범규준에는 "개인금융채무자, 주주 및 채권금융사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개인채무자보호법 취지에 맞게 금융사가 채무자의 상환을 지원하는 내용도 모범규준에 포함됐다. 차주가 변제계획에 따라 돈을 갚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 과정에서 상담 등을 요청하는 경우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은행 직원들이 채무조정을 기피하지 않도록 보상체계도 달라질 전망이다. 채권 회수율 등 단기이익지표를 과도하게 반영해 채무조정을 거절하지 않도록 성과보상체계를 운영해야 한다. 오히려 채무조정 이행 실적을 성과보상체계에 반영해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채무를 조정할 유인방안을 마련했다.
은행들에서는 이같은 모범규준 초안을 바탕으로 전담조직 및 인력 구성, 인프라 확충을 준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내부 TF를 구성해 개별 사항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은행에서는 모범규준이 확정되면 준비를 서두를 계획이다.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채무조정 제외 대상'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큰 원칙은 법령이 정한다. 실무 차원에서는 채무조정 신청 제외 대상들을 어떻게 할지 논의 중"이라며 "오는 8~9월 모범규준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