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착, 북중 소원? 전략적 모호성과 전략적 자율성 관측

      2024.07.11 06:00   수정 : 2024.07.11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북한과 러시아가 과도기 국제질서라는 기회의 틈을 이용하여 신동맹을 형성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과 중국 간 미묘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균열 조짐은 중국의 불편한 속내를 발신하는 메시지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중국은 상대방을 외교적으로 강압하거나 불편한 속내를 드러낼 때 다소 생뚱맞거나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해 왔다.

2016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차 중국을 방문할 당시 유독 오바마에게만 레드카펫을 배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외교적 강압을 시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와 유사하게 북러 밀착 가속화로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8년 김정은이 시진핑을 만난 기념으로 중국 다롄 해변도로에 새긴 발자국 동판이 푸틴의 북한 방문 직전에 매몰되었다. 나아가 북러밀착이 푸틴의 방북을 통해 신동맹으로 격상되자 김정은 정권의 핵심 외화벌이 수단인 중국에 파견한 북한 노동자를 모두 귀국시킬 것을 북한에 주문하기도 했다. 2017년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국제사회의 규탄을 감수하면서까지 노동자 송환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이러한 계산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이처럼 중국이 북한에 불편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전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북한과 결별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북한 노동자 송환 요구 관련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서로 연결된 가까운 이웃이며 줄곧 전통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중우호를 강조했다.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은 북중관계에 찬물까지는 끼얹지 않겠다는 모습이 역력하고, 북중동맹 사문화라는 강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이중적 모습은 ‘전략적 모호성’으로 설명된다. 북한과 소원해진 것이 현실이지만 이를 애써 부인하는 애매모호한 모습을 통해 북한에 대한 최소한의 영향력이라도 유지한 가운데 중국을 불편하게 하면 손해를 볼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발신하는 방책인 것이다. 북러밀착으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한을 내치는 전략적 명확성으로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는 것은 그것이 국익 차원에서 유리한 셈법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으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레버리지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큰 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전략적 모호성에 대해 북한은 전략적 자율성과 등거리 전략으로 맞서는 구도가 역력하다. 최근 북한의 행태를 보면 핵무장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으로 자신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강국외교를 구사할 정도로 전략적 자율성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푸틴이 북한까지 찾아와 자신을 만날 정도로 2024년의 북한은 1961년 조약체결 당시와는 그 위상이 다르다고 판단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1961년에는 김일성이 소련을 찾아 조약을 체결했지만, 2024년에는 푸틴이 북한을 찾아 조약을 체결한 것도 김정은 자신이 선대와는 다르다는 자신감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러한 전략적 자율성은 자신이 원할 때 중국과 다시 밀착할 수 있다는 외교적 신호라고도 볼 수 있다.

더불어 신냉전 환경하에서 북한은 냉전기 ‘등거리 외교’를 넘어 ‘등거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신냉전 구도를 역이용하는 주도성을 단순 ‘등거리 외교’가 아닌 ‘등거리 전략’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첫째, 북한의 모습은 중국과 러시아 간 외교적 균형을 이루는 모양새가 아니라 외교 시소게임을 통해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행태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벌이는 담판은 외교뿐 아니라 군사,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룬다는 점에서 외교라는 플랫폼을 전략 구사를 위한 최적의 기회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등거리 전략’이라는 설명이 적실성이 높다.


북한이 주도하는 북러 신동맹과 ‘등거리 전략’ 본격화는 게임변화 수준에 해당할 정도로 파급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한국은 변화하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여 응급처방보다는 외교안보전략 새판짜기 차원에서 국제정치, 지역정치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대북 억제력, 대러 레버리지 제고를 어떻게 이루어낼지를 변화된 게임에 맞추어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