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에 가계부채 관리 경고음…은행 또 불렀지만 대책 '고심'
2024.07.10 17:18
수정 : 2024.07.10 20: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에 경고음이 켜지고 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 연기 결정과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가 맞물리면서 '정책 엇박자'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일주일 만에 은행을 다시 불러서 가계대출 점검회의를 열었다. 금융당국 등쌀에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인 시중은행들의 금리 인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관계 부처 간 정책 모기지 축소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무주택 서민 대상 주거상품인 만큼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대출이 가계부채 원인으로 지목?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4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6조원 증가한 1115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3월 전월보다 1조7000억원 감소한 이후 한 달 만인 4월(5조원) 증가세로 돌아선 뒤 3개월 연속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담대가 견인하고 있다. 지난달 은행 주담대는 6조3000억원 늘어나 전월(5조7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3000억원 줄었다.
주담대 증가 세부 현황을 살펴보면 은행 자체 주담대 증가폭이 지난 5월 3조5000억원에서 지난달 4조원으로 늘었다. 정책모기지 상품인 디딤돌·버팀목 대출 증가폭은 지난 5월 3조9000억원, 지난달 3조8000억원으로 유사했다. 같은 기간 보금자리론은 5월(-1조7000억원), 6월(-1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금융당국과 은행 모두 주담대 증가의 주요 원인을 디딤돌·버팀목 대출 증가로 보고 있다. 통상 연초에는 정책대출이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공급되면서 은행 가계대출 실적에 포함되지 않지만 기금 소진에 따라 은행 재원으로 대출이 이뤄지면 은행의 대출 잔액에 포함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디딤돌·버팀목 대출이 5월과 6월에 모두 은행 재원으로만 집행됐다"면서 "은행 재원은 전월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고 기금 재원은 신규 실행이 안 된 채 상환만 되다 보니 6월에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종합적으로 디딤돌·버팀목은 5월과 6월이 유사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은행에서는 디딤돌·버팀목 대출과 같은 정책대출상품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의 갑작스러운 연기 결정이 부동산 실수요자들의 막차 심리를 자극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널 뛰는 원인 중에 정책대출 등 정부 간 엇박자 문제가 분명히 있다"면서 "스트레스 DSR 2단계로 대출금액이 크게 달라지진 않지만 DSR 도입이 연기되면서 오히려 '지금 빨리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심리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토로했다.
■銀 금리 일제히 '인상'…추가 대책 '고심'
금융당국도 이날 오후 은행 실무자를 불러 가계대출 점검회의를 열고 주담대 및 정책모기지 현황을 점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 자체가 은행 자체 주담대와 정책모기지 위주로 늘어나다 보니까 이와 관련해 얘기하는 자리"라며 "현장 분위기나 은행 창구에서 느끼는 점에 대해 의견을 청취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에서 할 수 있는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엄포에 4대 시중은행이 주담대 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대출 총랑제 관리에 나섰지만 시중금리가 빠르게 내려가면서 금리 인상 효과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신한은행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마지막으로 오는 15일부터 고정형 주담대 금리를 0.05%포인트(p) 높이기로 했다. 앞서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가산금리 등을 정하면서 고정형 주담대 금리를 0.1~0.2%p씩 높였다. 국민은행은 이날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오는 11일부터 최대 0.2%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0.2%p 높이는 정도로 대출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등 가계대출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이를테면 3억원을 대출받은 경우 0.2%p는 연 60만원, 한 달에 5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주담대 금리는 또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모기지 상품의 경우 공급 축소 외에는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도 금융당국의 고민거리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자 소득 요건을 따지지 않는 일반형의 금리를 높이고 서민 실수요 대상인 우대형 위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개편한 뒤 한도 소진과 함께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간 정책 모기지 축소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도 지난 3일 "(관계기관들간 정책 모기지 공급) 속도 조절이 필요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슷한 방식으로 디딤돌·버팀목 대출의 공급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무주택 서민 대상 주거상품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서혜진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