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깜빡이 켰다.. 변수는 부채·집값·환율
2024.07.11 18:10
수정 : 2024.07.11 18:10기사원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1년6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역대 최장기간 금리를 묶었다. 물가안정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경로상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외환시장 변동성, 수도권 주택 가격,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으나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을 결정했다. 이에 기준금리는 지난해 2·4·5·7·8·10·11월과 지난 1·2·4·5월에 이어 12회 연속 동결됐고, 미국(5.25~5.50%)과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2%p가 유지됐다.
한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를 기록하며 예상대로 둔화 추세를 이어갔음에도 아직 불확실성이 완전하게 해소된 것이 아니라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를 웃돌고,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월 5조원 수준의 증가세를 이어가는 것도 이번 금리동결의 재료로 쓰였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지속될지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하 기대가 외환시장, 주택 가격, 가계부채 등을 통해 금융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의결문에는 '기준금리 인하'라는 표현이 이번 통화긴축기에 최초로 사용됐다. 이 총재도 "현 상황은 물가상승 안정에 진전이 있는 만큼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며 피벗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날 금통위는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 전망치 2.6%를 소폭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확신이 이전보다 커졌음을 시사했다.
실제 금통위원들 내에서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목소리가 이전보다 커졌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2명은 이날 금통위에서 3개월 후 금리인하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 2월 금통위부터 1명이던 3개월 후 인하 전망이 2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물가안정에 대한 확신이 이전보다 강해진 만큼 향후 피벗 시기를 좌우할 주요 변수는 금융안정, 특히 가계부채가 될 전망이다. 한은이 전날 발표한 '2024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6조원 늘어난 11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담대는 상반기에만 26조5000억원 늘어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은도 금리인하 시그널이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시장의 높아진 금리인하 기대는 과하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5월 이후 예상보다 빨라졌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있다"며 "물가 그리고 금융 안정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시장에 형성된 금리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어 이러한 기대를 선반영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