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S 왜이리 어렵나" 주포자 된 실버세대

      2024.07.16 18:10   수정 : 2024.07.16 19:10기사원문
#.경기 화성시에 사는 70대 이모씨는 최근 주식투자를 접었다. 주식으로 목돈을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예수금에 대해 이해를 제대로 못한 데다 실수로 신용거래를 해 미수금이 잡히면서 돈을 잃을 뻔한 후로 증권사 앱을 지웠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은퇴 후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실버세대가 늘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은행 이자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삼성전자 등 안정적인 대형주에 투자할 경우 배당수익과 주가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막상 투자를 하려고 하니 증권사의 디지털 플랫폼(HTS·MTS)이 너무 어려워 주식투자를 포기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MTS 이용자, 100명 중 2~3명꼴

16일 파이낸셜뉴스가 국내 A증권사에 의뢰해 최근 1년간(5월 기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이용자의 연령별 비중을 분석한 결과 70대 이상 투자자는 전체의 1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조차 70대가 11.8%를 차지했고, 80대 이상은 2.9%로 현저히 적었다. 미성년자 투자자(4.5%)와 비교해도 반토막 수준이다.
B증권사와 C증권사 역시 결과는 비슷했다. B증권사의 HTS 이용자 중 70대 이상은 10.7%였고, C증권사 역시 17.10%에 그쳤다.

모바일 주식투자는 더욱 저조하다. A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이용자 연령별 비중을 살펴보면 70대 이상 투자자는 전체의 3.1%에 불과했다. B증권사 역시 70대 이상 MTS 이용자 비중은 전체의 2.20%로 매우 적었다. C증권사도 2.93%로 전체의 3%를 넘지 못했다.

70대 이상 투자자들은 HTS와 MTS의 사용 난이도를 투자장벽으로 꼽는다. 어렵게 계좌를 개설해도 글자와 숫자가 너무 작고, 메뉴와 기능이 다양해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단다. 자신도 모르게 신용거래를 하거나 매수와 매도를 착각해 돈을 잃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호소한다.

최근 주식계좌를 개설한 김모씨(71)는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 공부하기 좋다는 HTS를 깔았지만 방법을 모르겠어서 기초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유튜브만 3시간을 넘게 시청했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너무 어렵고, 종목 검색을 한번 하는 데도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다"고 털어놨다.

정모씨(68)는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했던 1년 전을 떠올리며 "증권사 중에서도 가장 쉽다는 곳의 MTS를 사용했지만 수량과 단가를 바꿔 입력하거나 매도하려고 했다가 비싸게 매수한 적이 다반사였다"며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어려워 매수와 매도만 겨우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자 위한 '간편모드' 필요해

전문가들도 HTS와 MTS 중심으로 주식투자 환경이 바뀌면서 모바일과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7080의 투자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증권사들의 투자방식이 MTS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실버세대가 주식투자에 있어 접근성 제한이 있는 것은 맞다"며 "과거에는 객장에서 주문을 넣거나 유선상 브로커를 통해 주식투자를 했다면 최근에는 HTS나 MTS를 통해 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은 실버세대가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짚었다.


7080의 투자 접근성 개선을 위해 은행처럼 '쉬운 모드'를 출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실제로 은행은 사용이 편리한 '고령자 모드' '쉬운 모드' 등을 제공하고 있다.
서 교수는 "은행처럼 고령자를 위해 간단한 기능을 제공하는 쉬운 MTS 버전을 함께 만들면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매수·매도 등 꼭 필요한 기능을 넣고, 신용거래의 경우 처음부터 증거금 100%로 설정한 후 증거금을 낮출 시 자세한 설명이 나오는 등의 버전을 만들면 실버세대도 쉽게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박지연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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