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3년째 표류 중인데…‘전국민 25만원’은 밀어붙이기

      2024.07.22 18:35   수정 : 2024.07.22 18:35기사원문
나라살림의 적자를 2% 이내로 묶어두는 '재정준칙'이 3년 넘게 넘지 못한 상임위원회 문턱을 '전국민 25만원'이 손쉽게 통과했다. 긴축에 가까운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운 정부로서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입법과정이 진행되는 모양새다.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곧 내놓을 '세법 개정안'에도 지출은 늘고 수입은 줄이는 '선심성 정책'이 다수 포함되며 재정준칙의 표류가 길어지는 중이다.



22일 정부 및 국회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를 2% 아래로 관리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 법안'은 현재 기획재정위원회에 의원발의를 마친 상태다. 다만 여전히 소위원회 일정과 개최 여부가 정해지지 않아 아직 논의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있다.

■국력 절반으로 빚 갚아

20대, 21대 국회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신 재정준칙은 22대 국회에서 다시 입법을 시도 중이다. 현재 계류 중인 '재정건전화 법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총액의 비율을 45% 이하로 유지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도 2% 아래로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삼고 있다. 정부가 기본적인 뼈대로 내세웠던 관리재정수지 적자 목표 3%보다 기준을 더 엄격하게 세웠다.


정부가 계속해서 재정준칙 입법을 시도하는 배경에는 급속도로 늘어난 국가채무가 있다. 지난 5월 감사원이 공개한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검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중앙정부 기준)는 1092조5000억원에 달한다. 2022년 1000조원을 돌파한 지 3년여 만에 벌써 1200조원을 바라보는 중이다.

특히 채무의 증가속도도 가속화되고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에 걸쳐 18%가량 늘어나던 국가채무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2019년에서 2020년 1년 만에 17%가량 치솟았다. 이 뒤로도 확장재정 기간 매년 14.6%, 10% 수준으로 빚을 늘린 결과 2019년 대비로 1.5배가량 채무가 확대됐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역시 2021년 50%를 돌파해 사실상 한 해 동안의 생산성 절반가량을 빚을 갚는 데 쓰는 중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29년이면 GDP 대비 부채비율이 59.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2024 한국 경제보고서'를 통해 "내년까지 재정지출을 억제하고 재정준칙을 채택·준수할 것"을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

■국회 기조는 정책과 역방향

그럼에도 재정준칙이 입법 동력을 크게 일으키지 못하는 까닭 역시 이미 늘어난 적자 규모에 있다. 재정준칙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부르짖는 정부지만 정작 직접 제시한 기준을 올해까지 3년간 연속으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022년 5.4%, 지난해 3.9%, 올해 전망치도 3.9%로 계속해서 3%를 초과하는 중이다. '재정건전화 법안'에서 제시한 2% 기준과 비교하면 턱없이 높은 적자비율이다.

이미 정부가 약조한 민생대책 역시 엄격한 준칙 도입에 스스로 제동을 거는 요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침체로 아직 법인세 등 주요 세목의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취약계층에는 불가피하게 재정을 지출해야 하는 처지다.

게다가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한 야당의 기조는 정부의 긴축재정과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민주당의 22대 국회 1호 당론 법안인 '전국민 25만원'은 야당 단독으로 기재위 문턱을 손쉽게 넘었다. 똑같이 기재위에 발의된 재정준칙 법안이 3년 넘게 '계류'를 벗어나지 못한 것과 비교된다.


국회 관계자는 "소위원회가 구성되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주요 법안 중 하나로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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