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황기 인력까지 채웠는데… 조선업 '파업' 폭풍전야

      2024.08.04 18:09   수정 : 2024.08.04 21:03기사원문
올해 외국인 근로자 대거 투입으로 인력난을 극복 중인 조선업계가 하반기 파업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수주 풍년으로 '슈퍼사이클'(초호황)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임단협 진통을 겪고 있는 국내 대형 조선사 8곳이 이달 중순 이후 공동 파업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협력업체 포함) 등 국내 조선3사 외국인 근로자 수는 총 1만7900여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만5200여명 대비 반년새 2700여명(17.8%) 늘어난 수치다.

외국인 근로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1600여명을 추가 고용한 HD현대다. 올해 6월 기준 HD현대 자회사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에는 각각 4500여명, 3000여명, 28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은 600여명, 삼성중공업은 500여명이 늘었다.

조선업계에서는 수 년간 업황 반등의 골칫거리였던 인력난에 숨통이 트였다는 분위기다.
2~3년 전부터 젊은층을 중심으로 저임금과 처우 불만으로 조선업계를 떠나는 인력들이 속출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조선업계 인력부족이 올해부터 연평균 1만2000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7년부터는 13만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 종사자 수는 9만3038명으로 10년 전(20만3400여명)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일손이 모자란다는 목소리가 굉장히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빠르게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 덕분에 급한 불은 껐다"고 전했다.

문제는 하반기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신청한 노동쟁의 조정에 대해 조정중지 결정을 받았다. 조정중지 결정을 받으면 노조는 파업, 태업 등 쟁의권을 가지게 된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25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한 바 있다.

한화오션 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각각 지난달 15일, 22일에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했다. 이들은 여름휴가 이후인 8월 중순께 파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8월 중순 이후 이들을 포함한 국내 8개 조선사 노조가 공동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파업으로 납기가 마뤄지면 최악의 경우 지연금을 물 수도 있다. 납기 지연금은 선박 수주 당사자인 조선사와 선주 합의로 이뤄지는 만큼 정해진 것은 없지만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게 업계의 목소리다.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조선업계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최근 업계 대표 가격지표인 신조선가지수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87을 넘는 등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일회성 비용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한 한화오션을 제외하고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모두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10년 만에 분기 기준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어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만약 파업이 현실화하면 건조(배를 만드는 것)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 근로자 확대로 인력난이 개선되고 있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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